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의 폭로로 재차 수면 위로 오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1,000만원 인사 청탁’ 의혹 진위가 또 다시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수사관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던 우 대사 소송대리인 등이 법리 검토 끝에 고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우 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수사관이 우 대사와 관련한 감찰보고서 폭로를 한 이후 우 대사 측이 일주일 가량 법리 검토를 했지만, ‘(고소를 해도 김 수사관의) 죄가 성립되지 않아 고소장 제출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사 측은 해당 내용이 허위사실임은 분명하지만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명예를 훼손한 점(고의성) 역시 입증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였는데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사실인양(고의성) 첩보를 올린 것인지 판단할 수 없어 위법성이 조각될(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우 대사 측은 전날 이런 내용의 법률 검토 결과를 우 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사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김 수사관에 대한 고소가 불발된다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비서실장 등 4명을 고발한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이 의혹의 실체를 조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검찰 안팎에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한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고발장에 임 비서실장 등이 우 대사에 대한 비위를 보고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직무유기)는 내용이 담겨 있긴 하지만 해당 첩보가 정식으로 보고가 된 건인지, 이를 보고 받았다면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실체 규명을 위해선 우 대사가 직접 고소하는 방법 외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질 때만 해도 강하게 반발했던 우 대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발 물러선 자세를 두고 검찰 수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직 수사관이자 청와대 행정관이던 신분을 감안하면 사실 확인이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는 점(미필적 고의)을 강조한다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대사 측은 “우 대사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도 고소장을 제출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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