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과 추가 리콜 위기로 문제가 커진 BMW 사태가 내년 수입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BMW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양강구도를 이뤄 온 업체인 만큼, 이번 사태가 수입차 시장 전반에 판매 부진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520d 등의 차량 화재 원인을 24일 조사ㆍ발표한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과 맞서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화재 원인이 된 부품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가 설계상 결함이기 때문에 기존 리콜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조사단의 주장이다. 앞서 BMW코리아는 17만2,080대를 대상으로 EGR 모듈을 교체하는 리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조사단 주장에 따르면 이 리콜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가 돼 BMW코리아가 17만2,080대에 대해 추가 리콜 조치를 해야 한다. 조만간 리콜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새 출발을 하려고 했던 BMW코리아에게는 크나큰 악재일 수 밖에 없다.
BMW코리아는 이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영업이 위축된 상태다. 화재 논란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매달 4,000여대 판매를 유지해 왔지만, 8월부터는 판매량이 반토막 난 2,000여대에 불과하게 됐다. 내년에는 부진 탈출을 위해 베스트셀링카 3시리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5, X7, Z4 등 경쟁력 있는 새 모델을 대거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올 하반기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작이었던 쿠페형 SUV X2와 4년 만에 완전변경된 X4 등처럼 신차발표회도 못하고 판매 증대에 별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점유율 19.8%(11월 누적 기준)를 차지한 2위 업체인 BMW코리아의 부진 여파는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 BMW 사태는 수입차 주력인 디젤차 모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이며 전체 수입차 중 디젤차 점유율을 전년보다 6.1% 낮춰 41.3%로 끌어 내렸다. 올해는 가솔린차(11만4,421대)보다 판매량(9만9,274대)마저 뒤처졌다.
그러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선 BMW 사태가 이미 무뎌지면서 9월 이후 BMW코리아마저 판매 회복세를 탄 데다, 여기에 본격 판매 재개에 들어간 폭스바겐과 아우디, 그리고 도요타, 렉서스, 볼보, 재규어ㆍ랜드로버 등이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인 국제표준시험방법(WLTP) 인증을 마친 신차를 내년 대거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BMW 사태에도 역대 최대 수입차 판매량(1~11월 24만255대 판매)을 기록 중인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이 쏠리는 원동력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BMW는 다소 판매가 위축될 수도 있지만, 3시리즈 등 국내에서 선호하는 신차가 많아 기존 위치는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WLTP 인증이 늦어지면서 오랫동안 신차를 내놓지 못한 업체들이 줄줄이 있어, 내년에는 BMW 사태와 별개로 또 다시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수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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