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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하루 6시간 무임금 분류 작업… 촛불 든 택배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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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하루 6시간 무임금 분류 작업… 촛불 든 택배기사들

입력
2018.12.27 04:40
수정
2018.12.27 16: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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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뷰엔 그 후 – 택배기사

지난 4월 택배기사 여성윤씨가 충남 천안의 한 택배터미널에서 배송 물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분류 작업은 겨울엔 추위에, 여름엔 더위에 노출된 채 반나절 가까이 진행되지만 임금이 따로 책정되지 않는다.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회사 측은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던 24일 택배기사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사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이유다(오른쪽 사진).
지난 4월 택배기사 여성윤씨가 충남 천안의 한 택배터미널에서 배송 물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분류 작업은 겨울엔 추위에, 여름엔 더위에 노출된 채 반나절 가까이 진행되지만 임금이 따로 책정되지 않는다.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회사 측은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던 24일 택배기사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사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이유다(오른쪽 사진).

택배기사 여성윤씨가 분류 작업 도중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택배기사 여성윤씨가 분류 작업 도중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택배회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택배회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쉬지 못하는 택배기사(한국일보 4월 26일자 17면)
쉬지 못하는 택배기사(한국일보 4월 26일자 17면)

“물품 분류 작업 수수료를 따로 달라고 요구하는 건데 회사에선 이미 배송 수수료에 포함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기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택배기사 이민상(48)씨가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씨가 받는 배송 수수료는 택배 물품 1개당 770원. 이마저도 최근 750원으로 깎였다. 회사는 이 같은 수수료 인하 조치를 문자로 통보했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지난 4월 13시간 넘게 일하면서 단 1분도 쉬지 못한 택배기사 여성윤(44)씨의 하루를 보도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전국에 있는 수많은 ‘여성윤씨’의 현실은 변함이 없다. 하루 5~6시간에 걸친 물품 분류 작업을 하면서도 여전히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 대리점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은 개당 700~1,000원 정도의 배송 수수료만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류 작업 포함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다. (관련 기사☞ 2만2007보… 택배기사는 1분도 쉬지 못했다)

택배기사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물품 분류 작업 수수료 지급과 더불어 수년째 제자리인 배송 수수료의 현실화 등을 CJ대한통운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수수료가 현실화되면 노동강도가 낮아지면서 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를 소비자가 떠안게 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은 노조 설립이 타당하지 않다며 지난 1월 택배기사의 노동자 지위 여부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현재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복도식 아파트에서 물건을 배송 중인 여씨.
복도식 아파트에서 물건을 배송 중인 여씨.
지난 5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의당 청년본부 등 시민단체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 제공
지난 5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의당 청년본부 등 시민단체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 제공
지난 24일 청계광장에서 택배기사와 시민들이 CJ대한통운이 대회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24일 청계광장에서 택배기사와 시민들이 CJ대한통운이 대회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그사이 지난 8월 CJ대한통운 옥천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고, 대전 물류센터에선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감전사했다. 10월에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파업 참여 기사의 택배 접수를 제한하는 등 이른바 ‘고사 작전’으로 대응했고,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기사들은 8일 만에 파업을 풀어야 했다.

택배기사는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에 가까우나 4대 보험을 비롯한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개인사업자로서 대리점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와 본사와의 직접 계약 관계도 아니다 보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대리점별로 배송비에서 떼는 수수료도 다르다. 같은 택배기사라도 처우가 천차만별인 이유다. 창원지역에서 활동하는 택배기사 최철갑(51)씨는 이날 “책임은 가장 아래에 있는 택배기사한테 지우고 이득은 위에서 다 챙겨 가는 잘못된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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