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딸기
우리나라 딸기가 베트남에서 큰 인기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1월 베트남으로 수출된 신선 딸기는 200톤(239만9,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5%나 증가했다. 수출금액으로 따지면 42.1%나 뛰었다. 한국산 딸기가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등 한류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도 내 놓는다. 베트남산 딸기에 비해 한국산 딸기의 당도가 더 높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가장 큰 배경은 ‘단단한 딸기’ 신품종이 개발된데다가 혁신적인 포장법도 한몫 했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껍질이 없는 딸기를 더운 나라까지 수출해 유통시키려면 열매살이 단단하고 경도가 높아야 한다. 실제로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수출용 딸기 품종 육성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 2002년 충남농업기술원이 육성한 ‘매향’을 시작으로 ‘설향’(2005년) ‘싼타’(2006년) ‘아리향’(2017년) 등의 딸기 신품종이 잇달아 개발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단단한 국산 딸기 품종 재배가 크게 늘었고 수출시장도 홍콩과 일본을 넘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딸기 수출이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저장성을 높여 유통 기간을 늘려야만 한다. 딸기는 주로 냉동시설이 없는 항공기로 수출된다. 현지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유통 온도가 수시로 바뀐다. 그렇다고 완전 밀봉 포장하면 상자 내부 습도가 높아져 이슬이 맺히고 곰팡이가 생겨 시장성이 떨어진다.
고심하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해 딸기 수출을 위한 ‘공기변형포장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딸기 포장 상자 위를 덮는 필름에 미세한 크기의 ‘호흡구’를 뚫어 공기 중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식이다. 원래 20% 안팎인 공기 내 산소 농도를 2%까지 낮추면 딸기의 호흡 속도를 늦춰 부패를 지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면 딸기 안의 칼슘이 공기의 이산화탄소와 접촉해 탄산칼슘으로 바뀌면서 표피가 더 단단해지는 효과가 생긴다. 공기변형포장법을 쓴 딸기는 16일 간 곰팡이가 생긴 경우가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16일이면 인도네시아까지 항공기가 아닌 선박으로 딸기를 수출할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딸기는 물류비가 비싼 항공기 수출 대신 선박 수출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단단한 딸기 품종을 개발하고 유통 단계에선 딸기를 더 천천히 숨쉬게 하는 연구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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