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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구촌 인물] ‘꼼수’ 집권 연장 총리에 “물러나라” 대찬 소리… 反정부 시위 앞장서며 집권, 미래는 미지수

입력
2018.12.27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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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르메니아 시민 혁명 이끈 니콜 파시냔 총리 대행 

지난 4월 25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야권 지도자 니콜 파시냔 의원이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장기 집권을 꿈꾸던 세르즈 사르키샨 당시 총리는 이보다 이틀 전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예레반=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25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야권 지도자 니콜 파시냔 의원이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장기 집권을 꿈꾸던 세르즈 사르키샨 당시 총리는 이보다 이틀 전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예레반=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신의 사임 문제를 얘기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남캅카스 지역의 소국 아르메니아에서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진행된 TV 생방송 토론. 밀리터리 디자인 티셔츠를 입고 야구모자를 쓴, 정치인보다는 ‘선동가’로 보였던 한 남성은 불과 5일 전 선출된 세르즈 사르키샨(64)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르키샨 총리는 “대화가 아니라 협박”이라면서 자리를 떴고, 현직 총리를 대놓고 저격한 그 남성은 체포됐다. 당시만 해도 군소 야당의 의원 정도였던, 그러나 ‘무혈 시민 혁명’의 성공을 이끌고 이제는 국가 지도자가 된 니콜 파시냔(43) 얘기다.

언론인 출신인 파시냔은 2012년 의회에 입성했다. 2017년 재선됐지만, 그가 대표인 시민계약당의 득표율은 고작 8%에 그쳤다. 그런데도 ‘신임 총리’와 일대일로 맞붙어 “물러나라”고 요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르키샨은 2008년부터 10년간 대통령을 지낸 뒤 올해 4월 9일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리고는 8일 만인 4월 17일, 다시 총리직을 꿰찼다. 문제는 2015년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대폭 넘긴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집권 연장을 위한 ‘꼼수’였고, 이는 대통령과 총리를 오가며 장기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이런 가운데, 4월 13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가장 적극 참여한 정치인이 바로 파시냔이었던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야권 지도자로 떠올랐다.

파시냔 체포는 사르키샨에게 악수(惡手)가 됐다. 이튿날인 23일에는 현직 군인들마저 동참하는 등 반정부 시위가 더욱 격렬해졌고, 사르키샨은 결국 “파시냔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며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5월 8일 새 총리가 된 파시냔은 지난 10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목표로 총리직에서 물러나 ‘총리대행’이 됐고, 이달 9일 치러진 조기 총선은 그가 이끄는 선거연대 ‘나의 걸음’이 70.5%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압승으로 끝났다. 외신들은 일제히 “아르메니아판 벨벳 혁명이 완결됐다”고 평가했다.

파시냔 총리대행은 선거 승리 직후 “아르메니아 시민들의 손으로 혁명 세력이 다수인 의회가 탄생했다”고 선언했다. 다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아르메니아의 혁명 성과는 독점되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에 저항하다 이제 권력자가 된) 파시냔은 앞으로 수많은 반대에 직면할 것이며, ‘혁명 이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시민들의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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