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그는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9년째 몰래 나타나 온정을 베풀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6억원이 넘는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7분쯤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가면 A4 용지를 담는 상자가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는 전화가 걸려와 현장에 가보니 상자와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A4용지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 등 총 5,020만1,950원이 들어 있었다 “소년ㆍ소녀 가장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새해에도 힘내세요”라는 내용도 담겼다. 직원들은 전화 목소리와 전달 방식, 메시지 내용으로 미루어 이 남성이 매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로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4월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9년 동안 20차례에 걸쳐 총 6억834만660원을 기부했으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은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고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최규종 노송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며 “천사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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