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수상작 ‘고기로 태어나서’의 한승태 작가
작가가 넘치는 시대, 그는 ‘진짜’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작가다. 한승태(37). ‘고기로 태어나서’를 그는 ‘몸’으로 썼다. 글은 원래 몸으로 쓰는 거라지만, 취재도 몸으로, 아니 몸 던져 했다. 2013년 4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전국의 닭, 돼지, 개 농장 8곳을 옮겨 다니며 ‘고기 산업’을 캤다. 말을 못해서, 살이 맛있어서, 사육하기 좋아서 슬픈 동물들의 수난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닭, 돼지, 개들이 나고 자라고 도축돼 팔려 나가기까지의 과정은 더 보탤 말 없이 반(反)생명적이다. “양계장에서 일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은 업보를 믿는 사람이다”는 한 작가의 문장에 모든 잔인함이 압축돼 있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말자는 걸까. 지난 25일 만난 한 작가는 “먹어도 정확히 알고 먹자는 뜻”이라고 했다.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정보와 눈으로 목격한 현실이 너무 달랐다.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는 건 문제 아닌가. 나 스스로 고기를 끊지는 못했지만, 줄여 가고 있다.”
책은 잠입 르포다. 한 작가는 ‘초보 노동자’로 농장에 취업해 지냈다. 그가 책에서 ‘힘 쓰는 고기’라고 표현한, 축산업계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던 이유다. 동물이 동물 이하의 취급받는 곳에서 노동자라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리 없다. 동물 배설물과 시체 썩는 냄새가 365일 진동하는 곳까지 흘러든 ‘저렴한’ 노동자라면 더욱.
그럼에도 그저 비장하지만은 않다는 게 책의 미덕이다. 교양과 지식이란 정좌하고 쌓아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책은 맞선다. 한 작가의 글쓰기가 유쾌해서 그렇다. 정책, 통계는 거의 넣지 않고 인물과 서사로 책을 채웠다.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즐거운 책이 되길 바랐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넘겨 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한 경험을 기록한 ‘인간의 조건’(2013)이 그의 첫 책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하라는 부모님 말씀 어기고 집에서 나왔다. 원룸 보증금 구하려고 일하기 시작한 게 어쩌다 보니 책이 됐다. 다음 책은 노동이 아닌 다른 걸 쓰려고 한다.”
한 작가가 만난 ‘작가의 조건’은 팍팍하다. 한국출판문화상 상금(500만원)보다 지난해 연간 소득이 적었다. 그런데도 왜 책을 계속 쓰려는 걸까. “사람 마음속엔 구멍이 하나씩 있다. 내 구멍은 책을 쓰는 동안 뭔가로 채워지고 작아진다. 책은 나를 온전한 존재가 되게 한다. 힘들지만 출판계 게임의 규칙이 이렇다면 어쩔 수 있나.”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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