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도한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발효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이 또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은 다자간 자유화 수준이 높은 협정인 만큼, 득실을 따지며 CPTPP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29일 코트라에 따르면 CPTPP는 USMCA(미국 캐나다 멕시코 무역협정ㆍ옛 NAFTA),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경제협력 체제다. CPTPP 가입국들의 경제규모만 전세계 GDP의 13.9%를 차지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련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 11개 회원국이 참여했다. 당초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16년 합류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은 함께 추진해온 미국의 이탈에도 포기하지 않고 11개 회원국으로 새로운 다자간 협정을 3월 성사시켰다. 이달 30일이 발효 조건인 6개국이 비준 절차를 마친 후 60일 경과되는 날이다.
국내 비준 절차가 마무리 된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30일 0시부터 협정이 효력을 갖게 되며 지난달 국내 비준을 마친 베트남은 내년 1월14일부터,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은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협정이 발효된다.
CPTPP는 최장 30년동안 95% 이상 높은 자유화율을 추구하고 있어, 협정이 발효되면 회원국 간 공산품과 농산물의 수출입 관세가 대폭 철폐된다. 회원국 상당수는 교역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강점인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기계, 화학제품, 정밀기기, 운송장비 등에서 두각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현지진출 업체가 부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관세를 줄일 수 있어 결국 생산비 절감 효과까지 가능하다.
지난달 국회 비준을 마친 베트남은 이번 CPTPP를 통해 캐나다, 멕시코, 페루 등 3개 국가와 추가로 신규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역내 다른 국가에서 원재료를 조달한 경우도 국산으로 인정한다는 누적원산지 규정을 활용해 글로벌 제조기지 위치를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대미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아시아ㆍ태평양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나다는 일본과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멕시코는 베트남과 섬유ㆍ신발 부문에서 각각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농수산업, 광물ㆍ에너지, 임업 등에서 시장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영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콜롬비아 등처럼 가입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무관세로 한국시장에 수출이 가능해져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ㆍ축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양자간 협약인 FTA에선 민감품목을 관세양허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다자간 협약인 CPTPP에선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때문에 양허를 요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마냥 가입을 미루기도 힘들다. 일본이 CPTPP를 이용,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어서다. 김종춘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CPTPP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하고 우리 경제와 업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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