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미술시장 거래 금액이 역대 최고치(4,942억원)를 기록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적인, 질적인 성장으로 가기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7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4.7% 증가, 거래 금액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고 30일 밝혔다. 거래 작품 수도 3만5,678점으로 가장 많았다. 센터 관계자는 “건축물에 설치된 조형 미술품이 많아진 영향이 크고, 중저가 미술작품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작품 가격은 1,385만원으로 전년(1,189만원) 대비 16.5% 증가했지만 2010년(1,744만원)에 비해서는 20.6% 줄어 들었다. 중저가 미술시장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온라인 경매가 활발했다. 평균 작품가가 300만원인 온라인 경매의 작품 판매 규모는 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71.3% 성장했다. 미술계 종사자(4,386명)와 관련 업체(748곳)도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미술 전시는 화랑, 미술관 등에서 7,790회 열렸고, 5만4,530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관람객은 2,0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양적으로 커지고 있는 미술시장을 올해 미술계가 잘 받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달진미술연구소가 미술평론가 등 9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공립기관장의 잦은 교체’와 ‘불안한 비엔날레의 초상’이 각각 5표(복수 응답)를 받아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슈로 꼽혔다.
현재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심사를 진행 중이고, 서울시립미술관장은 7월부터 직무정지 상태다. 대구시립미술관장도 몇 달째 공석이다. 이밖에 광주시립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 등도 올해 관장이 모두 교체됐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주요 국제 비엔날레 9개 중 8개가 9월에 몰려 있고, 이들 행사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설문에 참여한 한 미술계 인사는 “미술기관장의 잦은 교체로 직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독립적인 기관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며 “눈앞에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국내 미술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기획전이나 개인전도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신여성, 도착하다’와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경기상상캠퍼스의 ‘경기천년 도큐 페스타의 일환’ 등이 3표로 최다 득표했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외적으로는 규모가 커졌을지 몰라도, 전시기획이나 거래되는 작품의 수준과 방식 등 질적 성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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