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천간(己ㆍ노랑)과 지간(亥ㆍ돼지)의 뜻을 합쳐 ‘황금 돼지 해’라고도 불린다. 옛부터 재물과 다복의 상징으로 여겨진 돼지는 우리 민족과 오랜 생활을 함께 한 가축이어서 전국에 수많은 관련 지명이 흩어져 있다.
30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돼지와 관련된 전국의 지명은 총 112곳이다. 전남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경남이 21개, 전북이 16개, 경북이 13개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서울은 한 곳도 없었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전남과 경남 등 남부 지방은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곳”이라며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이 곳에서 돼지도 많이 길러진 게 지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지명에 돼지와 관련된 한자는 △시(豕) △해(亥) △저(猪) △돈(豚) 등이 포함된 경우다. △돗 △돋 △돝 등 돼지를 뜻하는 옛말이나 방언도 자주 사용됐다. 경남 창원시의 돝섬과 경기 이천시의 저명산 등도 이런 예다.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거듭된 신하들의 환궁 요청을 거절하고 한 줄기 빛이 돼 섬으로 날아간 뒤 만들어 졌다는 설화를 가지고 있다. 이후 신라시대 최치원이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울음소리와 광채가 나 정성껏 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 지역에선 “돝섬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이 있다”는 전설이 퍼졌다.
저명산은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 이야기가 전해진다. 효자는 어머니를 위해 몸에 줄을 묶고 절벽의 신효한 약효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다시 절벽을 올라갔다. 그러나 산돼지는 없고 그 자리엔 바위 모서리에 긁혀 끊어지기 직전인 줄만 보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후 이 산을 ‘돼지 저’에 ‘울음 명(鳴)’을 써 저명산이라고 불렀다. 돼지머리의 형태를 닮아 이름이 붙은 지명도 많다. 충남 보령시에는 마을 지형이 돼지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도투 머리’라는 마을이 있다. 울산시 울산항 부두 입구에는 돼지의 주둥이가 북쪽으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의 ‘돋질산’이 있다. 충남 태안군에는 둔두리, 전남 무안군에는 돈머리라는 지명도 있다.
돼지 모습을 한 유명 조형물도 많다. 경주 불국사 극락전에는 세상 모든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극락정토에 사는 복돼지 조각물이 있고, 창원 성주사 대웅전 부근에는 앞산의 뱀으로부터 절을 지키고 있다는 돼지상이 자리잡고 있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돼지는 길한 상징과 재산, 다산, 복의 근원으로 불린다”며 “2019년엔 돼지와 관련된 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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