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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채권형 주식들 가격 하락… 지금이 떨어지는 칼날 잡을 때”

입력
2019.01.07 18:00
수정
2019.01.07 2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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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39>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가치투자는 모두가 공포를 느끼며 팔 때 사야 하는 등 시장 방향에 역행하는 외로운 투자 방식이지만 돈을 잃게 만드는 사람의 심리를 극복하는 원칙 투자”라며 “개인투자자는 가치투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08년 출간한 ‘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 개정판을 냈다. 김주영 기자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가치투자는 모두가 공포를 느끼며 팔 때 사야 하는 등 시장 방향에 역행하는 외로운 투자 방식이지만 돈을 잃게 만드는 사람의 심리를 극복하는 원칙 투자”라며 “개인투자자는 가치투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08년 출간한 ‘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 개정판을 냈다. 김주영 기자

요즘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은 속이 타 들어간다. ‘미ㆍ중 무역분쟁’과 같은 악재가 잇따르며 지난해 코스피가 17%나 폭락했는데, 올해 역시 시장 전망은 잿빛이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증시 격언대로 개미들은 일단 피하는 게 맞는 걸까.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국내운용부문 CIO)는 지난달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때”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이 1년 가까이 조정 받으면서 매수구간에 접어든 ‘알짜 채권형 주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가 얘기하는 알짜 채권형 주식은 채권처럼 가치 변동이 적어 미래 가치를 추정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최소 3% 이상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유지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일컫는다. 단순히 가격이 많이 빠진 주식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서 부사장은 업계에서 가치투자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3월 채권운용본부장에서 주식형 펀드까지 총괄하는 국내운용부문 CIO로 승진해 35조원의 자산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은 어엿한 자산운용사 부사장이지만 그 역시 외환위기 당시 주식투자로 연봉의 10배에 달하는 빚을 졌다.

주식을 끊으려고 채권 부서로 옮겼는데, 되레 채권 업무를 하면서 주식투자에 눈을 떴다. 투자 대상의 가치를 매기는 가치투자 원칙을 깨치면서다. 그는 “가치투자는 해당 종목의 가치를 계산해 현재 주가가 미래 자산가치에 견줘 얼마나 싼지, 즉 주식의 실체를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국 개미는 가치투자가 답인가.

“그렇다. 가치투자자에겐 올해 코스피 수준이나, 내년 기업 실적 등의 전망은 별 의미가 없다. 투자 대상의 가치를 분석해 매수 가능 가격을 계산하고 매수 가능 구간에 접어들면 설령 주가가 떨어져도 기꺼이 칼날을 받겠다는 원칙을 따르는 게 가치투자 자세다. 주가가 내려가면 물타기 하면 된다. 나 역시 10년 동안 물타기 한 종목도 있다. 그 종목은 매년 예금금리 이상의 배당을 줬는데, 어느 날 다른 회사에 인수되며 주가가 확 뛰어 팔 기회를 주었다. 10년에 한 번은 기회가 온다.”

-무조건 기다리고 물타기 하란 얘긴가.

“모든 종목이 가치투자 대상이 될 순 없다. 채권형 주식이면서 해당 종목의 미래가치를 분석했을 때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걸로 판단됐을 때만 이렇게 해야 한다. 직관이 아닌 애초 정한 룰대로 하자는 게 가치투자다. 다만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한 번은 주가가 본래 가치에 도달할 거란 믿음, 이를 견딜 인내심이 필요하다. 배당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당은 장기투자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가치투자자 의견을 종합해 보면 평균 3~5년 보유하면 팔 기회가 온다.”

-올해가 주식투자 적기인 이유는 뭔가.

“온전히 가치투자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초 정부 정책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유행처럼 코스닥 벤처펀드를 내놨다. 하지만 우린 내놓지 않았다. 펀드에 편입할 종목들의 주가가 미래가치에 견줘 비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다. 최근 1년간 주가가 확 떨어지면서 저평가된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

-왜 채권형 주식을 사야 하나.

“워런 버핏은 항상 채권형 주식에만 투자한다고 했다. 채권은 ‘지금 얼마를 투자하면 중간에 얼마씩 이자를 받고 만기 때 얼마의 원리금을 받는다’하는 미래의 현금흐름이 정해져 있다. 채권형 주식도 마찬가지다. 조선, 해운 같은 경기민감주나 경기순환주, 대규모 연구 개발비가 드는 주식 역시 채권형 주식으로 보기 어렵다.”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주식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하나.

“핵심은 채권형 주식을 10년 만기 채권으로 보고 10년 뒤의 순자산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채권형 주식에 속하는 기업은행을 예로 들어보자. 기업은행의 주가는 1만4,050원(작년 12월28일 기준)이며 주당 순자산가치는 2만9,937원(2017년말 기준)이다. 순자산에 견줘 주가가 0.46배(주가순자산비율ㆍPBR) 수준에 머물고 있다. 10년 후는 어떨까. 우선 과거 ROE 추이를 통해 미래 ROE를 구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3년간 ROE가 안정된 점(7.3~8.4%)을 감안해 3년 평균치인 7.5%를 미래 ROE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10년 후 순자산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2017년말 순자산가치 2만9,937원에 미래 ROE 7.5%에 해당하는 10년복리승수 2.06(10년복리승수 조견표 검색)을 곱해 나온 6만1,670원이 10년 후 순자산가치다. 6만1,670원을 현 주가(1만4,050원)으로 나누면 4.38인데, 10년복리승수 조견표에서 보면 4.38에 해당하는 기대수익률은 15.9%다. 목표 기대수익률이 14%라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번거로워 보이는데 꼭 해야 하나.

“한 번 해보면 어렵지 않다. 버핏도 이런 식으로 기대수익률을 계산한다. 누구 얘기만 듣고 투자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건 천지차이다.”

-이런 계산 결과 저평가된 업종은 뭐가 있나.

“IT 업종은 채권형 주식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저평가 범주에 왔다. 금융주도 계산상으로 너무 싸다. 금융주 중엔 채권이나 예금보다 높은 배당을 주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소비재 종목도 괜찮다. 버핏은 주당 순이익(EPS)와 같은 이익지표보다 ROE에 집중한다. 순자산(총자산-부채)이 꾸준히 늘면 순이익 역시 이에 비례해 늘어 복리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인 채권혼합형 펀드에 넣을 종목을 고를 때 과거 10년간 ROE가 3% 미만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 종목은 웬만해선 뺐다. 채권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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