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진 Must Do 리스트 5]
국회에 몸낮추고 정책 소통 주력… 대중 노출 삼가라
청와대 참모진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청와대 구성원들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여권 의원들과 정치학자들은 청와대 참모진의 ‘Must Do 리스트(해야 할 일들)’로 △‘교회 오빠’보다 ‘악마의 대변인’이 되라 △부처 위에 군림하지 말고 국회에는 고개를 숙여라 △정책기조에 반하는 여론도 가감 없이 전달하라 △정권 홍보보다는 정책 소통에 주력하라 △비서는 입이 없다. 대중 노출을 줄여라 등 5가지를 꼽았다.
먼저 청와대 참모진이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문 대통령에 맞서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을 보면 합리적이고 유연하지만 싫은 소리는 잘 못하는 ‘착한 교회 오빠’가 생각난다”며 “문 대통령이 옳은 말을 하더라도 때로는 반론을 제기하는 ‘악마의 대변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참모진이 부처 군기잡기를 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부처에 속속들이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 대신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무적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의원을 설득하는 게 주 업무여서 백악관이 많은 역할을 하는데 지금 청와대 참모진은 그런 기능이 약하다”며 “행정부는 법을 만들어 국회에 보내면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결국 청와대가 국회에서의 정책 입안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좌관들이 현실적인 경제 마인드를 갖추고 조언했다면 지금 같은 ‘경제 위기론’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핵심 정책기조와 다른 목소리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경제분야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경제 현실보다 정치 명분에 집착한 면이 있었다”며 “참모진이 민생 현장과 기업에 더 많이 찾아가 대통령에게 여론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홍보와 소통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권 초반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며 점차 일방적 정책 홍보에 무게가 쏠린다는 우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책을 추진하는 내각이 공격적으로 홍보를 하고 청와대는 방어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청와대의 메시지도 어느 순간 소통보다 홍보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군부대 방문의 경우, 남북 평화 분위기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보다 ‘선글라스 논란’이 부각됐다.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도 과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입이 없는’ 비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보라는 평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권 초 민주당 정부, 내각 중심을 표방했는데 지금은 청와대만 눈에 들어온다”며 “당과 내각을 위해서라도 참모들의 대중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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