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설명을 듣는 등 자료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수사가 일정 부분 일단락되는 다음달 설 이후 삼성바이오 측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정회계법인 손모 전무 등 회계법인 관계자 및 전문가들을 최근 잇달아 불렀다. 검찰은 지난달 삼성바이오 본사 회계부서와 관련 회계법인,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넘겨 받은 자료를 분류하고 회계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자료가 방대하고 분석에 회계 관련 전문 지식이 필요한 만큼 회계 담당자들의 설명을 듣고 필요한 자료들을 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검토해주고, 이후 삼성바이오의 회계 감사 등을 맡았다. 이 법인의 손 전무는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삼성바이오 가치 평가 과정과 관련해 질의를 받았다. 당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자체 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 증권사 6곳의 리포트만 산술 평균해, 있지도 않은 바이오 사업을 3조원으로 계상(계산해 올려), 8조5,000억원으로 뻥튀기 부실 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전무는 “바이오 사업에 대해선 실제 불확실성이 있지만 잠재력도 크다고 생각해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하기로 결정, 1개월 내 발간된 리포트를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삼성바이오 및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핵심은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등 그룹 수뇌부가 삼성바이오와 공모해 주식 상장 과정에서 회계원칙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특히,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 부분 등 증선위가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있다고 본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사법농단 수사가 정리되는 대로 삼성바이오 수사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다름 없어, 엄중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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