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설정위ㆍ결정위로 이원화, 구간설정위원은 전문가로만 구성
노동계 “개악” 반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관련한 정부의 초안이 다음주 발표된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비효율적인 현재의 결정과정을 합리화하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노동계는 즉각 ‘개악’이라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안을 1월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초안은 다음주 고용노동부 장관 브리핑을 통해 발표된다. 위원회 위원 수, 추천 방식, 결정기준 등 쟁점사항을 포함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등이 담길 예정이다. 최종 결정체계는 이후 전문가 토론회, 노사의견 수렴, 대국민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될 계획이다.
정부안은 현행 최임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홍 부총리는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로만 구성해 최저임금의 상ㆍ하한 구간설정뿐 아니라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중 상시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결정위원회는 정해진 구간 안에서 정확한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가 된다. 결정위원회 위원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 등이 포함되도록 법에 규정된다.
최임위 이원화는 앞서 2017년 12월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 권고했던 사안이다. 지난 32년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간 극한 대립과 파행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점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8,350원)도 작년 7월 최임위에서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 부결에 반발해 전원 퇴장한 채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간의 합의로 결정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원화 구조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객관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면 노사 간 대립이나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위원 구성 방식 등이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그저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것 외에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원화하는 결정구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 여건,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 “정부의 일방적 기준을 강요하려는 개악”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보다 전문가 의견을 더 반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노총은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기존 노조(근로자위원), 사측(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함께 오는 9일 노동자위원 워크숍을 통해 정부계획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재계 역시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어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개편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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