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새해부터 반정부 시위가 불붙고 있다. 지난해 유류세 인상 철회 방침을 이끌어내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무릎 꿇린 ‘노란 조끼’ 시위대가 다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헝가리에선 이른바 노예법으로 촉발된 시위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 체제에 대한 반(反) 정부 운동으로 확산 되는 조짐이다. 양국 정부 공히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강경 모드로 다시 모인 프랑스 ‘노란 조끼’
5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엔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 3,000여명이 정권 퇴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속속 모여 들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대의 새해 첫 집회였다. 내무부는 프랑스 전역에서 5만 명 가량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대 23만 여명이 동참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반면 요구는 더욱 강경해졌다. 지난해 유류세 인상 반대 등 특정 현안을 거론했던 이들은 이제 ‘마크롱 끌어내리기’로 목표를 확고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노동자와 서민들이 반발하는 각종 경제 개혁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위대를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58세의 한 시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아이들의 먹고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내 딸은 일주일에 25시간을 제과점에서 일하고 한 달에 800유로(약 102만원)를 번다. 딸한테 이건 생존이다”고 말했다.
시위 양상도 과격해졌다. 오전 내내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시위대는 거리에 세워진 오토바이와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 특히 정부 기관과 친(親) 정부 성향의 언론사에 대한 직접적 공격 시도도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가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입주해 있는 사무실 건물 정문을 차량으로 부수는 바람에 대변인과 직원들이 뒷문으로 대피하는 소동도 발생했다. 파리 이외 지역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신문사와 방송국 건물 입구를 막아서며 직원들과 대치하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뉴욕타임스는 “노란조끼 시위대가 프랑스 정부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타깃을) 바꾸면서, 폭력 수준 역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오르반이 문제” 커지는 헝가리 분노
헝가리에선 연장 근로 허용시간을 연 250시간에서 연 400시간으로 확대한 이른바 노예법에 항의하는 시민 수천 명이 부다페스트 영웅 광장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시위 자체는 평화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분노는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영국 가디언은 “시위대가 사법부 독립 훼손, 언론 통제 등 빅토르 오르반 총리 체제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며 이번 시위가 반(反) 정부 집회로 크게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50세 여성은 “사이비 민주주의, 부정부패 등 오르반 체제 이후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시위를 기점으로 헝가리 야당과 시민사회 등이 한데 뭉치며 정부 대항 세력을 자처하고 있어 헝가리 시위대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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