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관련 기술 세계 최초 공개…양산차 적용 가능성 입증
스위스기업 웨이레이와 협업…2020년 대중화 목표
차량 내비게이션은 길을 모르는 운전자도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게 만든 혁신적인 기기이지만, 운전할 때의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계기판 외에 운전자가 신경 써서 주시해야 할 곳이 늘어난 것이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고속 주행 때 내비게이션으로 시선을 돌리면 차량의 전방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어 자칫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현대ㆍ기아자동차와 스위스기업 웨이레이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한다. 운전자가 앞 유리창 너머로 보는 도로 위에 곡선 구간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주행노선이 녹색 실선으로 그려지는 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운전자는 3차원(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홀로그램 영상을 볼 수 있다”며 “AR 기술로 차량 속도에 맞춰 앞 유리에 도로 정보가 정밀하게 표시돼 운전자는 전방만 주시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창 너머 도로 위에 표시되는 AR 내비게이션
현대ㆍ기아차와 웨이레이는 제네시스 G80에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AR 내비게이션을 탑재해 ‘비주얼 테크놀로지’ 기술을 구현한 제네시스 G80을 공개했다. 웨이레이는 홀로그램 AR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꼽힌다.
G80에 탑재된 홀로그램 AR 기술엔 △길안내 △목적지 표시 △현재 속도 등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기능 외에 △차선이탈경고 △앞차충돌위험경고 등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도 포함됐다. 특히 이 기술의 장점은 전면 유리창 전체에 영상을 표시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앞 유리에 내비게이션을 표시하던 기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차량 대쉬보드 위에 설치된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서 반사된 영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차량용 홀로그램은 영상 레이저를 앞 유리에 가로 310㎜, 세로 130㎜ 크기로 직접 투영한다. 운전자는 도로 위에 영상이 덮어 씌워지는 착시효과로 10배 크기(가로 3,150㎜, 세로 1,310㎜)의 디스플레이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게 현대ㆍ기아차의 설명이다.
◇고속 성장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 목표
현대ㆍ기아차는 향후 웨이레이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3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ㆍ기아차는 향후 사람과 사물, 버스나 자전거 전용도로, 건널목 등 홀로그램 AR로 표시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고 후측방 경고시스템, 고속도로주행보조(HDA) 등 고도화된 ADAS 기능도 대거 추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차량ㆍ사물 통신(V2X)’과 커넥티비티 기능을 접목, 신호등과 주변 차량정보, 도로상황, 날씨 등 유용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웨이레이의 독보적인 홀로그램 AR 시스템이 기존 양산차에 탑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2020년 이후 홀로그램 AR 내비게이션을 범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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