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시키자.“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임모(65)씨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임씨는 카풀업체와 정부를 강력 규탄하는 한편, 택시기사들의 강력 투쟁을 촉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풀 반대 농성장에서 임씨가 남긴 유언 녹음과 유서를 공개했다. 분신 전 미리 녹음한 유언에서 임씨는 “카카오는 당초 택시와 상생을 약속했으나 지금은 (택시기사에게) 콜비를 챙기고 대리기사에게 수수료 20%를 착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가)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가졌다. 우리가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한 장만 남겨진 노트엔 ‘1994년 카풀 입법 당시 도입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변질됐다’고 현 사태를 진단한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정부와 여당에 카풀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시 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 직후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3분쯤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 정차 중이던 개인택시에서 화재가 발생, 임씨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전 5시50분 숨졌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기름통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임씨가 분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임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일하는 개인 택시기사로, 지난달 1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분신한 최모(57)씨의 분향소에 수 차례 방문하는 등 카풀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분신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얼마나 심각하면 이러한 선택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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