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는 때 아닌 국내 시장 철수설에 휘말렸다. 맥도날드가 본사 직원의 10%를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업을 정리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서울 신촌, 청량리역점 등 맥도날드의 핵심 매장 10여곳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철수설에 한층 힘이 실렸다.
맥도날드의 부인으로 국내 시장 철수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198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승승장구하던 맥도날드가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맥도날드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수많은 최초 기록을 남기며 급성장해 왔다. 1992년에는 자동차를 탄 채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맥드라이브’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 2005년에는 업계 최초로 ‘24시간 매장’도 운영했다. 2006년에는 아침 메뉴인 ‘맥모닝’을, 2007년에는 배달주문 서비스인 ‘맥딜리버리’를 도입하는 등 국내 외식 시장의 혁신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최근에는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맥도날드가 영업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3년 117억원에서 2015년 20억원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08억원에서 -13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외식업계를 호령하던 맥도날드가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것은 ‘웰빙 바람’이 불며 건강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저칼로리, 저지방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 주기를 꺼리게 됐다. 1990년대 경제 발전기 햄버거와 피자 등이 누렸던 고급 음식 이미지도 급격히 무너졌다.
2017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사태도 맥도날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몸 속에 불순물이 쌓이는 병으로, 주로 덜 익힌 햄버거 고기 패티나 오염된 야채 등을 먹었을 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은 당시 4세의 여자 어린이가 이 병에 걸렸고, 아이의 부모가 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외식 업계의 먹거리 안전 실태가 논란이 됐다. 검찰은 수사 끝에 이듬해 2월 패티 납품업체 맥키코리아 임직원들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맥도날드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맥도날드가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업 구조조정은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맥도날드는 지난해 점포 20여곳의 문을 닫았지만, 새로 점포를 낸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또 하루 종일 문을 여는 24시간 영업 매장도 10곳 이상 줄였다.
맥도날드는 지난 2016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다. 당시 미국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CJ그룹, KG그룹 등이 인수후보자로 거론됐으나 6,000억원 수준의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반응이 나왔고, 매각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지금은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점포 정리는 한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매각 작업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리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며 “지난해 일시적으로 폐점 점포 수가 늘어났지만 점포 정리 작업은 매년 해 오던 것으로 매각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