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동물단체 중 하나인 케어가 학대나 방치됐다 구조한 일부 동물들을 안락사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 박소연 대표는 과거에도 동물학대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이후로도 보호하는 동물들을 안락사를 해온 게 확인된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안락사한 동물의 수만 200여마리 이상으로 확인된다.
안락사 사실을 인정한 박 대표는 11일 “구조한 동물들은 많지만 모두 포용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한 것”이라며 “그동안 불편한 진실이라 밝힐 수 없었지만 이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박소연 대표가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안락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또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회원들에게 이를 공유하지 않은 채 동물보호단체가 보호해야 할 동물을 안락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동물단체 케어는 이날 오후 ‘이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입장문 발표했다. 케어는 “잔혹한 학대를 받고 있으나 주인이 있어 소유권 문제가 있는 동물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방치하고 있는 동물이 구조의 1순위”라며 “지난 한 해만 구호동물 수는 약 850여마리”라고 전했다. 이어 “2015년쯤부터 2018년까지 소수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면서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부터는 단체가 더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더욱 쇄도했고 최선을 다해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일부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기준은 심한 공격성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고통ㆍ상해ㆍ회복 불능의 상태, 고통 지연, 보호소 적응 불가한 신체적 상태 및 반복적인 심한 질병 발병 등이었다는 게 케어 측의 설명이다.
케어에서 근무했던 내부 직원의 이야기는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내부 직원의 고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케어가 안락사를 한 동물은 200여마리에 달한다. 또한 직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불가피한 사정이었다기 보다 피부병이 심하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종용하는 가 하면 피부병이 심하다고 병원에 온 김에 안락사를 하자고 제안하는 직원에 대해 함께 동행한 다른 직원이 눈치 못 채도록 당부한 것도 확인됐다.
지난 2016년 8월 충남서산에서 구조한 투견들의 안락사 논란도 제기됐다. 케어는 충남 서산 경찰서로부터 투견 16마리 중 폐사되거나 반환된 개체 수 5마리를 제외하고 남은 11마리를 인계 받았다. 제보자에 따르면 2개월여만인 11월 7마리를 안락사 했다. 하지만 한 방송사가 추후 투견들의 향방에 대해 물었고 박 대표는 투견 16마리 가운데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 갔다고 거짓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안락사한 동물의 수에 대한 확인 요청에 박 대표는 “직원이 관련 자료를 가지고 단체를 나가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200여 마리에는 폐사 등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견들이 보호 중에 서로를 공격해 죽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며 “이 역시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답했다.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의회 단체로 출범한 케어는 2017년 기준 연간 후원금 규모만 19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대표적 동물보호단체다.
케어의 대표인 박소연씨가 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1년 3월 케어의 동물보호소에서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진돗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동물보호법 8조)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됐지만 가해자의 기존 전과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박씨는 그 밖에도 수 차례 동물법 위반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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