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ㆍ겨냥해 쏨)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14일 직접 담판에 나섰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또 일본은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초계기 주파수 기록을 우리 측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14일 “싱가포르에서 일본 측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우리 측에선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이, 일본 측에선 이시카와 타케시 방위성 정책국장과 히키타 아쓰시 통합막료부(우리의 합참) 운용부장(항공자위대 중장급)이 각각 회담에 나섰다.
당초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공동보도문을 낼 계획이었으나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보도문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번 협의에서) 양측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와 자국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상대 측의 이해를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 당국자는 “양국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일본은 이번 한국 구축함 사격통제레이더가 자국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증거로 이번 회담을 통해 초계기 주파수 기록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우리가 초계기 주파수 기록을 요구하자, 일본 측도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기록 등을 요구해 왔다”며 “논쟁 끝에 양측 모두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국은 다음 번 협의 일정도 잡지 못해 한일 간 레이더 논란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안보 분야 협의를 적잖이 벌여온 한일이 서울이나 도쿄가 아닌 제3국에서 접촉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서울 개최를, 일본은 도쿄 개최를 각각 주장하며, 결국 중립지대인 싱가포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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