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법적 소송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영리병원 반대측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국내 병원 우회진출 의혹 제기와 함께 영리병원 허가 필수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제주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ㆍ정당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승인하고, 이를 허가한 전 과정의 책임자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또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전부 공개 청구 소송과 영리병원 승인 허가 취소처분 행정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민운동본부는 이날 “녹지병원 사업계획 승인과 허가 과정은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확산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허가과정의 투명성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하지만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는 밀실행정으로 비밀에 가려져 기밀자료로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민운동본부는 또 외국영리병원의 허가 필수조건인 병원사업 경험은 사실상 증명자료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 녹지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도민운동본부에 따르면 녹지그룹의 ‘병원사업 경험 자료’는 2015년 5월 당시 국내 의료기관 우회진출 문제로 이미 철회된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해외투자 협력업체인 중국 비씨씨(BCC)와 일본 이데아(IDEA)의 업무협약뿐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3자와의 업무협약서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제주도보건의료조례 16조 1항 3호)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사업계획 승인도 위법이라는 게 도민운동본부의 설명이다.
도민운동본부는 또 “중국 비씨시와 일본 이데아에는 한국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핵심적으로 포함되고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영리병원의 꿈을 키워온 국내 의료진들과 의료기관 등의 국내 법인들이 외국자본이라는 탈을 쓴 비씨시와 이데아의 핵심 실체로, 이는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우외진출을 금지하는 제주도 조례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재 도 의료산업팀장은 “사업계획서는 녹지그룹 측에서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병원사업 경험 자료와 관련해서는 고문변호사 자문결과 사업시행자가 유사사업 경험이 없어서 의료기관 운영개선 및 운영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 등을 제시했고, 복지부가 의료기관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계획서를 승인했으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제주 첫 영리병원 철회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9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6일 2년 8개월만에 재출범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14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에 나서자 범국본을 구성해 반대 운동을 벌이다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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