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이지연씨는 최근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 캐나다 명품 패딩 브랜드 노비스의 여성용 제품인 ‘셀린’을 구입했다. 무려 179만원의 고가 패딩이다. 셀린은 한국에서만 출시된 한정판이라 해외직구로도 구입할 수 없는 희귀 제품.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패션 업계가 출시한 ‘평창 롱패딩’이 전국적으로 히트하자, 노비스가 지난해 11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내놓은 게 셀린이다. 그런데 이씨가 셀린을 구매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해외 명품 패딩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부분의 매장에서 패딩 품절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에 몇 개 남지 않은 셀린을 운좋게 구입했지만 이씨는 아직 패딩을 ‘개시’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춥지 않고 포근한 날씨 때문이다.
16일 유통ㆍ패션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예년보다 추운 한파가 올 거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지난해 10, 11월 롱패딩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40%나 증가했다. 의류업체들은 롱패딩의 인기에 공급 물량을 늘려 판매 실적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이 기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고, 아이더도 같은 기간 30%가 늘었다.
특히 해외 명품 패딩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30, 40대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를 비롯해 캐나다 3대 명품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 노비스, 캐나다구스의 구매 열풍이 불었고, 백화점, 아웃렛 등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몽클레르의 ‘클로에’는 가격이 무려 290만원에 달했지만 백화점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아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 소재 매장의 한 관계자는 “몽클레르는 워낙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여서 여름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객이 최근에야 구입한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클로에는 두껍고 투박한 패딩 점퍼의 특징을 벗어나 잘록한 허리 라인을 강조한 여성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폭등하면서 직장인들에겐 구입이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그러자 패셔너블한 멋을 살리면서도 오피스룩에도 어울리는 100만원대 캐나다 브랜드 노비스가 각광을 받았다. 특히 백화점에서 200만원대에 판매되는 노비스의 ‘쉬라’는 올 겨울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롱패딩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 겨울 한강 첫 결빙은 지난해 12월 31일이었는데, 2017년과 비교해 16일이나 늦은 셈이었다. 그만큼 11월과 12월이 춥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박진영씨는 “요즘 10대들에게 패딩이 워낙 인기라 아들이 롱패딩을 하나 더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 30만~80만원에 달하는 고가 패딩을 사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롱패딩은 지난해 10,11월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이후 12월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올해 1월은 5% 신장하는 데 그쳤다”며 “따뜻한 날씨와 미세먼지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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