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동물을 임의로 안락사시킨 사실이 드러난 박소연 케어 대표가 “대량 살처분이 아닌 인도적 안락사였다”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큰 논란이 될 것이 두려워 (구조한 동물의) 안락사가 있었던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면서도 “구조한 동물의 80%는 살릴 수 있었고 20%는 고통 없이 보내줄 수 있었다”고 안락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앞서 케어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했던 A씨는 복수의 매체에 케어가 2015~2018년 약 4년간 200마리 이상의 구조동물을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A씨는 대부분의 안락사가 박 대표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국장, 공동대표, 팀장 등 케어의 소수 임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안락사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민의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민간보호소는 제반 여건에 한계가 있어 법적 근거와 기준을 갖고 (안락사)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식용견 농장, 도살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입양이 어려운 대형견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개들을 선별해 도태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케어는 2015년 이전에는 안락사운영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회원들에게 안락사가 이뤄지는 사실을 공개해 왔다. 그러나 단체 후원자들이 이 같은 방침을 지지하지 않아 공개적인 안락사 실시가 어려워졌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2011년에는 건국대 수의대에 동물 사체를 실험동물용으로 기증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대표는 “저를 반대하는 세력이 동물 사체 사진을 단체 회원들에게 고의적으로 공개하는 등 방해를 해 활동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는 단체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어가 대규모 구조활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보호소의 수용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안락사는 은밀히 재개됐다. 지난 10일 케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쯤부터는 단체가 널리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쇄도했다”면서 안락사를 재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박 대표는 언론의 취재가 진행되자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인정했다. 제보에 따르면 케어는 2016년 8월 충남경찰서로부터 투견꾼들에게서 압수한 투견 11마리를 인계 받았고, 이 중 7마리를 안락사시켰다. 이후 한 방송 매체가 투견들의 행방을 묻자, 박 대표는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고 둘러댔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견꾼들이 다시 찾아올까봐 입양 공고를 내거나 모금을 하지 못했다”면서 “개별 동물들이 언제 어떻게 안락사됐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추가적인 의혹은 검찰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등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날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 등도 박 대표가 동물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박 대표는 “조사에 성실히 임해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케어 직원들은 박 대표의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월 예정된 케어 총회에서 대표 해임 안건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직원연대는 “수사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해 안락사,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에 대한 투명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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