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마법 같은 승리를 거뒀다. 12년 만에 베트남을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올린 박항서 감독은 본선 조별리그에서 ‘페어플레이 점수’를 앞세워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더니, 승부차기로 8강까지 오르면서 화끈한 반란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투혼의 승리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고 8강행 티켓을 품에 안았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다고 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며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한 그는 “그럼에도 회복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수비적인 축구를 하는 데 대한 일부 비판 목소리에 대해 그는 “우리가 수비 축구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축구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수비 축구가 아닌 실리 축구라고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극적인 승리를 거둔 베트남은 8강에서 일본-사우디전 승자와 만난다. 어느 팀이 더 편한지를 묻는 질문엔 “16강에 올라온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며 “쉬운 상대는 단 한 팀도 없다”고 했다.
또 ‘박항서 매직’이란 표현에 대해선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모든 성공에 대한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이 함께 일궈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바이=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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