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SKY캐슬’로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궁금증을 갖게 된 게 하나 있다. 바로 ‘영재 포트폴리오’다. 극중 입시 코디네이터의 관리를 받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영재의 포트폴리오는 대한민국 최상위권 학생의 ‘모든 것’이다.
‘공부의 신’ 강성태(35) 공신닷컴 대표가 명문대 합격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이른바 ‘SKY캐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심지어 무료다.
강 대표는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현실에서 SKY캐슬의 예서처럼 수십억 원씩 들여 입시 코디를 쓸 수 있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자력으로 준비해야 하는 대다수 평범한 수험생들에게 포트폴리오 공유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 연휴 직후 유튜브 방송에 최근 입시를 치른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을 직접 출연시켜 합격 비결과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강 대표 자신이 홀로 입시를 치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2001년 수능 점수 396점, 전국 상위 0.01%의 성적으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합격했다. 그러나 고교 시절 그가 처한 환경은 서울대 합격에 목 매는 드라마 속 ‘SKY캐슬’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시 코디는 언감생심, 교육열에 불타는 극성 엄마나 대학교수 아빠도 없었다.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 중에 대학 나온 사람이 없었어요.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해야 할지 물어볼 형이나 누나도 없었죠. 방법을 알고 싶어서 공부 잘하는 애들을 온종일 관찰하기도 했고요.”
그저 독하게 파고 들었다.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몸을 밧줄로 의자에 묶어 두고 공부했다. 졸지 않기 위해 밥도 배고픔이 가실 정도로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놨다. 전교 300등 밖이던 성적을 전교도 아닌 전국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공부의 신이 됐다.
◇정보 없으면 원서도 못쓰는 입시 제도
그러나 그는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서울대 갔어’라고 주야장천 얘기하는 ‘꼰대’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제가 요즘 수험생이었으면 서울대를 못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미줄보다 복잡해진 입시제도 탓이다. 특히나 수시 전형에선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 “(그 모든 것이 담긴) 영재의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서울의대는 문제 없다”고 ‘SKY캐슬’의 열혈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이 확신하는 이유다.
강 대표는 “내가 입시를 치를 때는 공부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정보나 학생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대학들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적 외의 적성이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고 하지만 취지와 달리 대다수 학생들은 어떤 외부활동으로 학생부를 채워야 할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돈을 들여 이를 알려줄 길잡이를 구할 수 없다면 명문대는 영영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 강 대표에게 도움을 청하는 평범한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라는데, 실제 입시전쟁은 드라마보다 더하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드라마는 저리 가라 싶죠. (교사가) 성적이 우수한 다른 학생에게 상을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신규 동아리를 만들면 리더십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으니까 동아리 기획서를 사고 팔기도 한대요. 학생부를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알아서 써간다는 얘기는 하도 들어서 놀랍지도 않아요.”
◇공신닷컴, ‘김주영 쓰앵님’의 온라인 버전
그가 공부 멘토를 자처해 사회적 기업인 공신닷컴을 만든 이유도 의지는 있으되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자신 역시 학생 때 간절하게 필요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의 공신닷컴은 ‘SKY캐슬’ 속 김주영(김서형 분)의 디지털 버전이다. 오답노트 작성과 활용, 참고서는 자기에게 잘 맞는 한 권을 골라 10번 이상 보라는 공부 방법부터 수능일 식단, 평소 공부하는 장소, 숙면을 돕는 조명 같은 환경 조건까지 망라해 알려준다. 그러나 드라마 속 김주영은 3년에 수십억 원을 받지만, 공신닷컴은 66일 이상 성실하게 온라인으로 수강하면 비용을 환급해준다. 66일인 이유도 따로 있다. “무슨 일이든 66일을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공부의신 강성태’도 운영 중이다.
“수험생들에게는 사실 ‘공부 좀 해라’,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어’라고 매일 애정을 갖고 잔소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유튜브 방송으로 그런 역할을 대신해주고 싶었어요.”
공신닷컴은 그의 오랜 꿈을 실현할 첫 단계다. 빈부 격차나 지역으로 절망하지 않고 공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살지 않아도, 부모가 돈 잘 버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인터넷만 가능하면 제가 도울 수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공부로 ‘신’까지 된 그에게 수험생들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충고를 부탁했다.
“자기 자신을 먼저 공부하세요. 엄마가 원해서 의대 가고, 아빠가 시켜서 판ㆍ검사 되는 인생이 진짜일까요? 본인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해요.”
찾아냈다면? “실제 그 직업을 가진 이들을 만나세요. 기자를 하고 싶다? 저라면 한국일보사 1층에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나오는 기자 붙잡고 10분만 시간 내 달라고 늘어질래요. 전공도 마찬가지예요. 홈페이지만 봐도 이메일에 전화번호까지 있는데 왜 활용하지 않나요?”
학교에서 이런 걸 알려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와 인터뷰 하기 전까지 공신닷컴이 그의 별명인 ‘공부의 신’에서 따온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공부를 신나게 하자’란 뜻이란다. 그건 누가 시켜서, 억지로, 마지 못해 하는 공부가 아니다. 공신이 알려주는 진짜 공부의 기술이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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