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터뜨린 순간에도 선수들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캡틴' 기성용을 잊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3)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전반 43분 첫 골을 기록하고 골 세리머니 도중 동갑내기 황인범(23)을 불렀다.
나란히 선 둘은 손가락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황희찬은 10개의 손가락을, 정우영은 6개의 손가락을 펴 카메라에 보였다. 두 선수가 펼친 16개의 손가락은 기성용의 등 번호 ‘16’을 뜻했다.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기성용은 열흘이 넘도록 재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표팀을 21일 두바이를 떠났다.
맏형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기성용의 대표팀 하차에 선수들은 아쉬워하면서도 투지를 불태웠다. 황의조는 바레인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선배는 팀의 중심이었고 후배들도 잘 따르는 선배였다"며 "선배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기성용은 바레인을 무너뜨리고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두 번째 골의 세리머니에도 등장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이용의 크로스를 받아 극적인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김진수는 벤치에서 기성용의 16번 유니폼을 받아 번쩍 들어 관중에게 펼쳐 보였다. 김진수와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던 손흥민과 지동원 또한 기성용의 유니폼을 펼쳐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김진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성용이 형 몫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부상으로 팀을 불가피하게 떠난 기성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캡틴을 잊지 않은 동생들의 세리머니와 함께 2골을 성공시킨 한국 대표팀은 바레인에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두고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하며 우승을 위한 순항을 계속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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