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잠혈ㆍ대장내시경 검사 50%도 받지 않아
적색육ㆍ가공육 등 서구식 식습관으로 발병률 1위
‘선진국형 암’인 대장암 발병과 이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암 사망자 가운데 3위, 발병률은 2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통계’에서 대장암 사망률(10만명당 16.5명)이 198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초로 위암 사망률(10만명당 16.2명)을 추월했다. 최근 발표된 ‘2017년 사망원인 통계’에서는 대장암 사망률(10만명당 17.1명)이 위암 사망률(10만명당 15.7명)과 차이를 점점 벌리고 있다.
전훈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암이 줄어들지만, 대장암은 늘어난다”며 “우리도 적색육ㆍ가공육ㆍ당분ㆍ정제된 곡물 섭취 등 서구식 식습관이 늘어난 탓으로 대장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대장 용종, 85%가 암으로 진행
대장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대장암이 진행되면 배변습관 변화, 설사, 변비, 배변 후 변이 남은 듯한 묵직한 느낌, 혈변ㆍ끈적끈적한 점액변, 복통, 복부 팽만,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말기로 악화돼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다행히 대장암의 85% 정도가 5~10년에 걸쳐 ‘대장암의 씨앗’인 대장 용종이 서서히 암으로 진행되므로 암이 되기 전에 대장 용종을 찾아내 제거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대장 용종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혹이 돼 장 안쪽으로 돌출된 상태다.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병변이다. 따라서 대장암으로 악화 가능성이 있는 종양성 용종(선종성 용종, 유암종, 악성용종)은 크기와 관계없이 대장내시경절제술이나 수술로 용종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대장 용종을 잘라낸 뒤에도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내시경 검사할 때 용종 위치나 크기, 장 청결도 등에 따라 진단되지 않은 용종이 있을 수 있고, 대장 용종을 제거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30~60%나 되기 때문이다.
“50세 넘으면 대장암 무료검진”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변잠혈검사와 대장내시경검사가 모두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만 50세 이상에게 무료로 분변잠혈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라면 대장암 확진을 위한 대장내시경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된 대장암 수검률은 2016년 25.9%, 2017년 33.5%, 2018 20%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또한, 분변잠혈검사 결과 양성이라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에도 수검률이 2016년 40%, 2017년 40.6%, 2018년 45.4%로 여전히 50%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장암 검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암센터의 ‘2018년 암검진수검행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장암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로 ‘검사과정이 힘들어’라는 응답이 다른 암(위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현재 국가암검진에서 1차 검사로 제공하는 분변잠혈검사는 변을 채취하는 용기를 받으러 병원을 방문하고 변을 채취해 검진기관을 다시 방문해 제출해야 한다. 대장내시경검사는 검사하기 전에 장정결제를 복용해 장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수검률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훈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대장암 발병 후 치료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검진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조기 검진을 적극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며 “선진국의 경우 분변잠혈검사 수검률이 60%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붉은 고기ㆍ햄ㆍ술ㆍ흡연 삼가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이에 따라 대한장연구학회ㆍ대한소화기암학회와 50세 이상이 1년에 한 번씩 국가대장암검진을 받도록 독려하기 위해 ‘장(腸)주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선자 대한소화기암학회 회장(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대장암 검진율이 계속 낮으면 대장암 사망률과 사회경제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며 “정부의 무료 대장암 검진을 적극 활용해 대장암 발병과 이로 인한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장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홈페이지(www.gie.or.kr)에 ‘대장암 예방, 그것이 알고 싶다’ 인포그래픽도 공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장암은 가족력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직계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1명이라면 발병 위험도가 1.5배, 2명이라면 위험도가 2.5배나 증가한다. 직계 가족의 대장암 발병이 60세 이전이었다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2배 늘어난다.
△하루 100g의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17% 증가한다. 햄ㆍ소시지 등 가공육을 하루 50g씩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18% 늘어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1.63배, 전에 흡연하다 끊었어도 전혀 흡연하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1.23배 높아진다.
△하루에 소주를 2~3잔을 마실 경우 비음주자나 1잔 이하의 소량 음주자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21% 증가하며, 4잔 이상 마시는 다량 음주자는 52%나 증가한다. △비만이라면 정상 체중군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31% 증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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