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나전칠기 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모습을 나타내길 기대하던 지지자들 사이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대뜸 “손혜원 의원은 투기꾼”이라고 외쳤다. “누구야?” “뭐야?” 갑작스런 투기꾼 발언에 수백 명이 몰린 기자간담회장 주변은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민들은 사이에선 “태극기 부대는 가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고, 한때 손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손 의원의 투기 의혹으로 핫플레이이스로 떠오른 목포. 손 의원 관련 의혹이 연일 이어지면서 이곳의 민심이 크게 갈렸다. 손 의원이 몰고 온 투기 의혹 후폭풍 속에 “불편한 관심은 싫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연 박물관 건립 예정지 일대는 손 의원 지지자 등 1,000여명이 몰렸다. 목포역에서 간담회장이 있는 대의동으로 오는 길가에는 ‘빛은 어둠을 이깁니다. 진실은 거짓을 이깁니다. 손혜원 의원님 힘내세요. 항상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문구 수십여 장이 가로등과 전신주 등에 나붙어 있었다. 대의동 초입에는 ‘쫄지마, 손혜원’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렸다. 주민들 사이에선 구도심 공동화로 인해 “죽은 땅”으로 불렸던 이곳의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손 의원이 조카 손소영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기자회견장으로 100여m 이동할 땐 지지자들이 “손혜원 파이팅” 등을 연호해 마치 선거 유세현장을 보는 듯 했다. 주민 이모(44)씨는 “어제, 오늘 정말 사람들 많이 왔다”며 “평소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모(66)도 “사람이 많으니까 활기가 돌아 좋다”고 거들었다.
기자간담회장 주변에선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손 의원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손 의원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여기 집 한 채가 7~평밖에 안 된다. 집 10채가 서울 집 한 채 값이 될까 말까 한 곳인데 이걸 투기라고 할 수 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반면 손 의원의 건물 매입을 부동산 투기로 보는 시각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손혜원, 목포 투기의혹 죄다 밝혀라! 국민 분노!’라고 적힌 현수막을 꺼내 흔들기도 했다. 이 시민은 주민들을 향해 “건물 17채와 땅 3군데를 산 것이 투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과 손 의원 지지자들은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간 후에도 간담회장 앞에 모여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했다. 이들은 손 의원이 1시간 35분간의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올 때도 “손혜원”을 외치며 격려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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