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모두 이민자들의 아들입니다.”
로빈후드 공동창업자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는 자신들을 당당하게 ‘이민자’라고 지칭했다. 테네브는 불가리아, 바트는 인도에서 태어나 각각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미국 시민으로 성장한 이들은 창업을 통해 6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민자 출신들은 미국 벤처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정책재단’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1,200억원)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 91곳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50개가 이민자들이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이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민자가 세운 유니콘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33개)에 가장 많았고 이어 뉴욕(8개), 매사추세츠(5개), 일리노이(2개), 플로리다(1개)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20곳은 학생비자로 미국으로 온 유학생이 창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유니콘 스타트업 중 82%(75개)는 경영진 또는 제품개발 등 핵심업무 담당 직원 가운데 이민자가 있었다.
이민자들이 창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교차 문화의 경험(Cross-Cultural Experience)’ 때문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피터 밴더와 니콜라우스 프랑크는 대학생 128명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해외에서 거주하며 공부하는 기회를 제공한 뒤 이들의 사업가적 능력이 유학 전후로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유망한 비즈니스 기회를 알아보는 능력이 17% 상승하는 등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비교 대상 학생들은 해당 능력이 3% 하락했다.
저자들은 “각기 다른 문화에 거주한 경험으로 인해 이민자들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고객의 선호 경향과 의사소통 전략을 배우게 된다”며 “덕분에 이들은 고객이나 상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보다 유연하고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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