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만전 핸드볼반칙 오심 행운… 베트남전은 페널티 킥 얻어 승리
호주-시리아 경기 최악 보상판정… 한국 16강전 바레인의 골도 오심
AFC의 VAR 도입 늑장 결정 탓 8개 경기장 중 4곳만 장비 설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대회 초반부터 굵직한 오심들로 얼룩졌다. 아시아 최대규모 국가대항전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오심 퍼레이드가 이어지면서 ‘왜 비디오판독(VAR)이 개막전이 아닌 8강부터 실시됐는지’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회 관계자들은 그 원인에 대해 돈이나 시설 탓이 아닌 늦은 의사결정 탓이라고 전했다.
VAR의 효과는 8강전 첫 날인 24일 열린 두 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이날 세 차례 VAR이 가동돼 오심 피해를 줄였다. 일본은 VAR로 얻은 페널티 킥 골을 통해 승리했고, 이란도 2번째 골 상황에서 VAR이 가동돼 득점이 인정되면서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번 대회 오심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오심은 개막전부터 16강까지 끊임없었다. 지난 7일(한국시간)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이 1-0으로 앞선 경기 종료 직전 오만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며 UAE에 페널티 킥이 선언됐는데, 이는 손이 공의 진행을 방해한 ‘충돌’이 아니라 공이 손으로 날아와 부딪힌 ’추돌’이라 반칙이 아니다.
오만은 일본과 2차전에서 두 개의 결정적 오심에 눈물 흘렸다. 전반 26분 일본 하라구치 겐키(28ㆍ하노버)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만 수비수가 걷어낸 공에 맞고 쓰러졌지만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반대로 일본은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33ㆍ갈라타사라이)가 페널티 박스 내에서 핸드볼 반칙을 저질렀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나가토모 스스로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VAR이 없어 다행이었다”며 반칙을 시인했다. 호주와 시리아의 B조 3차전에선 최악의 보상판정도 나왔다. 호주가 2-1로 앞선 후반 14분 호주의 마크 밀리건이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했지만 주심 휘슬은 울리지 않았고, 20분 뒤엔 시리아 공격수가 페널티 박스 내에서 팀 동료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뜬금없는 페널티 킥이 선언됐다. 오심을 오심으로 면피하려는 보상판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패하면 곧장 짐을 싸게 되는 16강전에서도 승부를 좌지우지할 뻔 한 오심이 나오면서 감독들도 부글부글 끓었다. 실제 지난 22일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바레인의 동점골 상황이 오프사이드였지만, 주심과 부심 모두 이를 놓쳤다. AFC관계자에게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연장전에 승리해 이 자리(8강)에 오게 된 나는 행운아”라며 에둘러 불만을 전한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도 “VAR이 조별리그부터 적용됐어야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AFC는 할 말이 없다. 구성원 대부분이 대회 초반부터 오심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가 열린 전체 8개 경기장 가운데 8강 이후 경기가 열리는 4곳에만 VAR 장비가 설치된 탓에 예산부족과 경기장 시설 노후 탓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AFC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VAR 도입이 결정되면서 UAE현지 광대역망, 케이블 등 VAR에 필요한 시설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빠듯했던 탓이 크다”고 했다. VAR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은 물론 K리그에서도 일찌감치 시행 중인 점을 비춰봤을 때 AFC의 늑장 의사결정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부다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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