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60대 송모씨는 걱정이 많다. 2017년 8억원 수준이던 아파트가 작년 11억원까지 오르면서 기쁨을 누렸지만, 최근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뛰면서 아파트 보유세도 크게 오르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제는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분위기인데 세금만 늘어날까 부담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는 4월 발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바라보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은 단독주택보다 높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난해 가격이 치솟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세 부담 급등까지 막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오는 4월30일에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올해 전국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9.13%, 서울은 17.5% 상승했다.
표준주택 공시가는 향후 전체 공시가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 뒤, 오히려 아파트 보유자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ㆍ68.1%)이 이미 70%에 가까운 만큼 50% 수준이었던 단독주택 만큼 공시가격이 오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24일 ”공동주택은 단독주택보다 공시가격 산정에서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이 “대신 시세 상승분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여 시세 급등 지역 아파트의 경우 작년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하반기 거래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강남, 서초, 용산 등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작년 하반기 급등한 점을 고려할 때 현실화율을 손대지 않고 단순히 시세 상승분만 반영해도 공시가격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943㎡의 경우 가격이 2017년 10월 18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10월 23억원으로 5억원 가량 뛰었다. 이 아파트의 지난해 1월 기준 공시가격은 12억4,000만원 수준인데, 시세 반영분만 적용해도 공시가격이 15억6,000만원으로 25.8%(3억2,000만원) 오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등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현실화율이 70% 이상으로 오르면 세 부담 충격은 더 커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현실화율을 8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2년 만에 가장 큰 폭(8.03%)으로 상승했고, 마포(11.03%)ㆍ송파구(10.40%) 등의 상승률은 두자릿 수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공시가격이 평균 20% 이상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 부담이 커지는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작년에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수도권, 특히 강남과 마ㆍ용ㆍ성 지역은 적지 않은 상승 체감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갭 투자자, 다주택자 중심으로 매각을 고민하는 사람은 늘게 되는 반면, 매수세는 둔화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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