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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일본 기업의 실패가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19.01.28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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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지음

다산북스 발행ㆍ360쪽ㆍ1만8,000원

◇추천사

한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지를 제언한 책입니다. 저자가 언급한 생존 전략은 당행의 사업전략 방향에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한국 경제의 현실을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과 비교하며 저성장 시대의 기업 생존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1996년)를 받고 현지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1996~2002년)하면서 일본 기업 다수의 경영을 자문한 경험이 있다. 당시는 일본 기업들이 1980년대 말 버블 붕괴에 이은 장기 경기침체라는 대격변에 직면했던 때로, 2~3%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2010년대 한국 기업들이 처한 현실과 유사하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2002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재직 중인 저자는 현재 청와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경제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전후 유례 없는 고성장을 구가했던 일본이 90년대 이후 오랜 저성장 늪에 빠진 원인, 그 과정에서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의 성공 신화가 어떻게 퇴색했는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손발 잘 맞는 성장 주도세력이던 ‘철의 삼각편대’(정계-관계-재계)가 80년대 자산가격 이상 급등 국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 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경제 활력이 상실된 것을 일본 저성장 도래의 양대 요인으로 꼽는다.

경제 위기는 기업 위기로 이어졌다. 생산 기업이 판매까지 도맡던 일본 특유의 ‘유통계열화’ 사업모델은 소비자들의 저가제품 선호에 부응한 ‘전문점’의 등장으로 무너졌고, 품질에만 매달리며 해외영업에 소홀했던 기업의 보수성은 대내외 경쟁 심화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성장전략이 일본과 매우 유사한 만큼, 일본 경제의 실패담은 곧 우리 경제의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저성장과 경영환경 격변 위기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이 성공 또는 실패했던 전략을 토대로 우리 기업에 ‘시장 생존전략’(2부)과 ‘경영 생존전략’(3부)을 제시한다.

시장 생존전략으로 우선 제시되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이다. 위기가 닥친 후에야 해외로 눈을 돌린 일본 기업들을 반면교사 삼아 원화가 강세일 때 선제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무작정 해외 판매에 나서기보단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경쟁력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자는 스마트폰 시장을 예로 들어 세계 어디서나 표준화된 제품과 마케팅을 적용하는 애플보다 그 나라 요구에 맞춰 수정된 제품을 내놓는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고도 조언한다. 새로운 시장 창조도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장악했던 소형 비디오 카메라 시장에서, 미국 벤처기업 고프로가 기존 기능에 방수ㆍ완충 기능을 첨가한 ‘액션 카메라’로 만들어 파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저성장 시대엔 대규모 신시장 개척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경영 생존전략은 △원가 절감 △가치 혁신 △영업력 강화 △조직 민첩성 향상으로 구체화된다. 원가 절감의 모범 사례로 제시되는 일본 간판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고객관리 방식을 혁신한 ‘풀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을 판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정비, 보험, 리스, 중고차 거래 등 차량 관련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런 지극한 서비스 덕에 기존 고객의 신차 구매 비율이 높아져 도요타는 ‘재고 판매’가 아닌 ‘주문 판매’로 비즈니스 흐름을 바꿨다. 생산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가손실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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