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비는 모델 한현민(18)은 어려서 얼굴 성한 날이 많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향해 모래를 던지고 침을 뱉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겪은 폭력이었다. 소년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철부지들만 그에게 ‘돌’을 던진 게 아니었다. “까만 애랑 놀지마.” 어른들의 혐오 어린 발언에 소년은 친구를 오래 사귀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의 차별에 맞섰다. 버팀목이 됐던 건 가족이었다. “어머님이 그러셨어요, 넌 특별하다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카페에서 만난 한현민의 얼굴엔 그늘을 찾을 수 없었다.
한현민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세계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 2조를 낭독했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란 내용이었다. 한현민은 “‘피부색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란 말도 했는데 그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현민은 201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에 뽑혔다. 한국에서 검은 피부색 모델로서의 편견을 딛고 당당하게 런웨이를 누벼 쇼의 중심에 선 덕분이다.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야구를 포기한 뒤 중학생 때 모델로 새 꿈을 찾아 얻은 결과였다.
‘자랑스러운한국인’이 된 그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도 후원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해 11월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한 중학생이집단폭행을 당한 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한현민은 “정말 화가 많이 나더라”고 했다.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 태어났을 때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정을) 낯설어하는 친구들이 있죠. 편견을 깨야 해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에게‘넌 특별하다.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꿈을 가지라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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