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 김의성씨는 악당 이미지가 강하다. 갑질을 마다치 않는 직장상사나 친일파의 충복, 어디서든 대접받고 싶어하는 회사 중역 등을 연기했다. 위압적이고 권위적이거나 약삭빠른 역할을 주로 맡았으나 화면 밖의 그는 많이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회적 발언을 종종 해왔고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에는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에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를 기증했다. 쌍용자동차가 정상화된 후 차를 구입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면서, 위안부 할머니 돕기에도 나선 것이다.
혐오가 넘치고 각자도생이 트렌드처럼 자리 잡은 시대, 한국일보와 만난 김씨는 우리 사회가 “지금 여러 가지 면에서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부의 양극화와 세대간 갈등, 남녀 갈등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겹친 상황에서 “잘 살자보다는 같이 살자를 더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혐오를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바라봤다. 그는 “혐오는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무기이지만 손잡이가 없는 칼”이라며 “내가 아프니까 남도 더 아프게 하겠다는 것인데, 사회가 더 나아지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이 그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서로 공존할 것인가, 공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슬슬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됩니다.”
그는 “유명 인사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누구든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유명인사가 사회적 발언을 하면 위선적이라는 비난이 따르곤 하는데 사람은 가짜로라도 선한 마음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라면 말은 더 아름답게, 생각은 좀 더 높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말을 일단 해놓으면 그것에 대한 작은 책임감이 있어 작은 실천도 하게 되잖아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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