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등 R&D사업 3조6000억… 총 24조원 예타 면제 사업의 15% 불과
정부가 29일 확정한 약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사업 가운데 85%는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이다. 그간 ‘원칙상 면제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수도권의 SOC 사업 일부도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 등 호남 지역에서는 SOC 대신 대규모 연구ㆍ개발(R&D) 사업이 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다.
◇‘면제’ 선물 85%는 SOC
정부는 이날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예타를 면제해 준) ‘30대 선도 프로젝트’나 ‘4대강 사업’과 달리 R&D 투자 등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토목ㆍ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체 예타 면제 사업 중 R&D 투자(3조6,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20조5,000억원(85%)은 도로나 철도 등을 짓는 SOC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이 예타 면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도가 “전북에 국제 거점공항을 만들겠다”며 ‘김제공항(1998년)→군산공항 활주로 확장(2009년)→새만금국제공항(2014년~)’ 등으로 20년간 추진해온 숙원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청주~제천을 잇는 88km 철도구간을 고속화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5,000억원)도 예타 없이 추진된다. 이 구간이 완공되면 목포~강릉이 3시간30분(현재 5시간35분)에 연결된다. 멀었던 강원과 호남간의 다리가 연결되는 셈이다. 이밖에 △KTX서대구역과 대구 국가산업단지를 잇는 ‘대구 산업선 철도’(1조1,000억원) △서해선 복선전철상 합덕역(가칭ㆍ충남 당진)에서 아산ㆍ송산산단을 거쳐 석문국가산단까지 연결되는 ‘석문국가산단 인입철도’(9,000억원) 등에도 예타가 면제됐다.
◇‘면제 불가’ 수도권에도 예외 인정
수도권 사업들은 이번 예타 면제에서 대거 탈락했다.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6조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00% 탈락은 아니다. 전철 7호선 도봉산역과 양주신도시 옥정지구까지 19km 구간을 연결(연장)하는 ‘도봉산 포천선’(1조원) 사업은 예타를 거치지 않고 즉각 추진된다. 완공 시 신도시 주민들은 강남까지 1시간10분(현재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인천 영종도와 인천 옹진군 신도(島)까지 3.5km 구간에 다리를 놓는 남북평화도로(1,000억원) 사업도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예타가 면제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도권이지만 낙후된 접경지역 사업은 별도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엔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R&D 투자가 예타 없이 추진된다. 정부는 광주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자동차ㆍ헬스케어 등 산업융합 분야를 연구하는 집적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주로 SOC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신청한 대다수 지자체와 달리, 광주시는 R&D 사업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건설경기 부양보다는 미래에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기본 토양’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북 군산에는 2,0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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