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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경수 KTX’ 등 예타 탈락사업 7개 선심성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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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경수 KTX’ 등 예타 탈락사업 7개 선심성 구제

입력
2019.01.30 04:40
수정
2019.01.30 09: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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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 총 24조원 규모 23개 사업 예타 면제 

 남부내륙철도 사업비 4조7000억 최다… “정부, 총선 앞 예타 무력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 김천에서 경남 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172km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지난 50여년간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6년 김삼선(金三線)으로 처음 기획됐던 이 사업은 계획을 수차례 변경한 끝에 지난 2014년과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기준치인 1의 절반 수준(각각 0.5, 0.72)에 그쳤다.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연거푸 받았던 셈이다.

그런 사업이 급물살을 탄 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도지사가 당선되면서다. 김경수 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낙후된 서부경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이른 시일 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문 대통령도 작년 12월 경남을 직접 찾아 “예타 면제”를 사실상 약속했다. “이번 예타 면제의 최대 수혜자가 김경수 지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4조7,000억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 사업을 포함해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ㆍ발표했다. 3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사업에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여부 등을 사전에 따져보는 예타를 면제해준 것이다. 연구ㆍ개발(R&D) 사업 5개, SOC 사업 18개 등 총 23개의 대규모 예산 사업이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진행되게 됐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사업 가운데는 남부내륙철도처럼 과거 예타에서 탈락했던 사업도 7개나 포함돼 있다. 정부 스스로 ‘사업성이 없다’고 판정했던 사업을 사실상 내년 총선 등을 앞둔 ‘정치적 고려’로 부활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에선 정부 스스로 예타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정부가 선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부가 선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동준 기자

 ◇24조 선물보따리 지자체에 뿌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인구가 적고, 공공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 지역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타당성 확보에 애로를 겪으면서 젊은층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예타 면제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앙 정부의 ‘전략적 투자’라는 의미다.

실제 이번 예타 면제 선물은 각 지자체마다 골고루 뿌려졌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시ㆍ도에 최소 1개씩의 숙원사업이 배당됐다. 울산, 전북, 전남은 각각 2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받아냈다. 이밖에도 정부는 △지역특화산업 육성 △스마트특성화 기반구축 △국도 위험구간 정비 △평택-오송 복복선화 등 4개 사업을 ‘전국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23개 사업 가운데 사업비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도 1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이미 정부의 예타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 남부내륙철도 등 7개나 포함돼 있다. 충북이 신청해 선정된 총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은 2017년 예타에서 B/C값이 0.37에 불과했다. 강원도가 신청해 확정된 9,000억원 규모 제2경춘국도 사업 역시 2016년 예타에서 0.76에 그쳐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와 울산산재전문병원(2,000억원) 사업은 각각 2017년과 2004년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북이 신청해 예타 면제 사업이 된 동해선 단선 전철화 사업(4,000억원)도 2011년 B/C값이 0.31에 머물렀다. 모두 이전엔 정부가 “추진해선 안 될 사업”으로 규정했던 셈이다.

더욱이 예타가 진행 중이던 사업 8개는 이를 중단하고 이번에 면제 판정을 거머쥐었다. 총 사업비 10조1,000억원 규모다. 홍 부총리는 “지역에선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예타 통과가 어렵거나 통과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애로점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스스로 예타 무력화” 비판 

비록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예타 제도를 정부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예타 제도 안에서도 균형발전을 무기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려 예타 면제 카드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현행 예타 평가 항목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으로 이미 3분의 1 가량은 균형발전 요소를 따지고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경제성이 낮아도 다른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통과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예 예타 절차를 건너뛰게 한 것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과거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업들이 대거 면제됐는데, 균형발전 논리를 들이대면 갑자기 없던 타당성이 생긴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SOC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높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이날 공동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며 추진했던 경인운하는 개통 8년이 지난 지금도 물동량이 예상치의 8.7%에 불과하다”며 “경제성 없는 토목 사업은 세금으로 적자 메우는 사태를 부른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임기가 정해진 정권은 임기 후 퇴장하면 그만이지만 정치적으로 추진한 사업의 피해는 수십 년간 국민들이 떠안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소장은 “새만금 국제공항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전북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공짜 돈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런 지원은 도덕적 해이와도 연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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