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김득수 전 이사장 등 지도부 5명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의뢰 예정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 국회의원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또 전임 이사장 등 지도부가 공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 결과를 종합해 한유총의 법인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31일 지난달 12~21일 실시한 한유총 실태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유총 소속 일부 회원은 지난해 11월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회원 3,000여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일명 ‘3천톡’)에 특정 국회의원 몇 명의 후원 계좌를 올리고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0만원가량을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이에 실제 회원들이 후원금을 입금해 특정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후원금을 돌려준 정황도 확인했다.
엄동환 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회원 명의로 정치자금을 후원했어도 법인이 독려해 후원한 것이라면 법인자금으로 후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전임 이사장인 최정혜씨와 그 직전 이사장이었던 김득수씨 등 지도부가 공금을 빼돌린 의혹도 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대표적으로 2016~2017년 한유총이 6개 지역지회에 ‘지회육성비’ 명목으로 총 6,900만원을 내려 보내면서 당시 김득수 이사장에게 현금으로 3,000만원, 서울과 인천지회장에게는 개인 계좌로 각각 1,400만원과 2,500만원을 줬는데, 지회장들에게 준 돈은 이사장의 요구로 이사장이 되돌려 받은 정황이 있었다. 이들은 돈이 오간 사실을 부인하거나 받은 돈을 한유총을 위해 썼다고 소명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김득수 전 이사장을 포함한 한유총 관계자 5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또 한유총은 정관을 개정하며 절차를 어기고, 개정 후 교육청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유총 내에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이덕선 현 이사장은 허가되지 않은 정관에 따라 선임된 이사들이 정한 대의원들이 뽑은 탓에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교육청은 판단했다.
이와 관련 한유총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한 사실이 없다”는 등 실태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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