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한국 경제 늪이 되다] <3> 골목상권은 보호만이 해법일까
편의점도 혜택 보지만 본사가 60% 가져가
점주들 “매년 뛰는 임대료 해결이 더 시급”
불경기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대책 가운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명암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이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가게 운영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에게 당장은 단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자영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꺼져가는 목숨만 연장시키는 모르핀 주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부가 연매출 5억~30억원 규모 가맹점까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결제를 하는 업체의 96%가 이전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며 영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종전 2% 안팎 수수료를 내던 연매출 5억~10억원, 10억~30억원 규모 가게들은 앞으로 수수료를 각각 1.4%, 1.6%만 내게 된다. 이에 따라 당장 지난달 31일부터 전국 262만개 업소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연매출 5억~30억원 기준으로 했을 때 편의점은 연간 평균 200만원, 일반음식점은 300만원, 슈퍼마켓은 400만원 가량 납부 수수료를 아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 20년째 소규모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1)씨는 “손님 중 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 되는데 수수료가 낮아지면 가게 운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시장가격(수수료)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어서 당장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카드사들이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을 메우기 위해 각종 카드 혜택을 줄이면 가맹점들에게 더 큰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제도의 혜택이 정작 자영업자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는 심지어 “가장 와 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통상 편의점 카드 수수료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60%, 가맹점이 40%를 부담하고 있어 인하 혜택 역시 본사가 60%만큼 챙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5년째 운영 중인 김성운(46)씨는 “수수료가 내려가도 편의점이 아끼는 돈은 한 달에 10만원 수준”이라며 “본사로 가는 혜택이 훨씬 크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인 김영준(49)씨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내는데, 매년 2~3%씩 급등하는 임대료 문제 해결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단순 수수료 인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혜택이 실제로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밀한 접근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가가치가 낮은 국내 자영업 구조를 손보지 않는다면 단편적인 지원 방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창업 아이템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친 사전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