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명환(34ㆍ가명)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회사 인근 편의점에서 5,000원짜리 로또복권을 산다. 김씨는 “로또를 사면 토요일 발표 전까지 희망을 갖고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5,000원은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에 극도로 무기력해지는 ‘월요병’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낙(樂)인 셈이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함이 있다. 로또는 반드시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는 “지갑 없이 스마트폰 케이스에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만 넣고 다니는데, 매번 로또를 살 때마다 현금을 뽑아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무려 4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왜 로또는 카드로 살 수 없는 걸까.
◇법으로 막혀 있는 로또 카드 결제
우선 법적으로 카드결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현행 복권 및 복권기금법(제5조4항)은 ‘복권을 판매하는 자는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판매점이 복권을 팔 때 신용카드를 받다가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판매점 입장에선 과태료 ‘리스크’에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하며 신용카드를 받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편의점은 로또를 판매할 땐 카드 결제를 할 수 없도록 포스기(POSㆍ계산기)가 설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로또를 카드로 사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결제는 소비자가 카드를 긁고 카드사에 30~45일 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외상’ 거래다. 카드결제를 허용하면 빚을 내서 손쉽게 복권을 사는 모양새가 나타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가 허용되면 로또와 같은 사행성 상품의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인당 1회 판매액수 최대 10만원 △청소년 판매불가 등 로또에 대한 각종 규제 또한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도 카드구매 금지될까
하지만 카드결제 허용을 요구하는 여론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거래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37%에서 2016년 26%로 하락(한국은행 통계)하는 등 우리나라가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와 달리 외상의 성격이 없고 현금과 비슷한 체크카드만이라도 로또 구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는 과거에 이를 검토했을 때, 국내 점포들이 신용ㆍ체크카드 구분 없이 동일한 카드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체크카드만 허용하는 방안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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