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유 없이 커트 12% 비싸
여대생 백모(25)씨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계산을 할 때면 언짢은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바로 옆자리 남성고객이 받은 커트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백씨 계산서에 찍힌 비용이 5,000원이나 더 비싸기 때문이다. 백씨는 “미용실에선 여자 머리 손질이 더 힘들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정작 내 머리길이는 남자와 거의 비슷해 미용사가 더 공들여 손질하는 것도 아닌데 왜 여성만 커트 가격이 더 비싼지 납득이 안 간다”고 토로했다.
백씨처럼 미용실 커트 가격이 유독 여성에게만 비싸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 왔을 정도다. 성별로 커트 가격을 구분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지난해 전국 미용실 55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커트 가격은 1만7,231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남성에게 적용되는 1만5,472원보다 2,000원(12%)이나 더 비싸다.
문제는 상당수 미용실이 여성 커트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명확한 이유는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미용실 직원은 “아무래도 여성의 머리가 더 손이 가니까 그런 부분이 반영돼 가격 차이가 난다고 추측만 할 뿐”이라며 “어떤 규정에 근거한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미용사중앙회 관계자 역시 “여성의 머리는 수작업 하듯 한 땀 한 땀 잘라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며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까다롭게 요구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고려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미용실 업계 내에서도 여성에게만 커트비를 올려 받는 게 문제란 인식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남녀 커트비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미용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격차별 없는 미용실’로 입소문 난 미용실로 여성들의 발길이 몰리는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다. 남녀 커트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한 서울 성북구 A 미용실 원장은 “파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데 여자머리가 더 길다고 돈을 더 받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녀의 차등적 커트가격이 사소한 문제를 넘어 성차별 관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짧은 머리를 자르는 기술과 절차에 남녀 차별을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성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차별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올해 미용실 실태 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