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형태의 국가대항 리그전이 3년 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네이션스리그(가칭)’가 현실화할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대표됐던 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이 연중으로 열리게 되면서, 타 대륙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던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데이 풍경도 크게 바뀐다.
최근 AFC 관계자들에 따르면 AFC는 리그형태 국가대항전 아시아 네이션스리그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시행안을 수립 중이다. 이는 올해부터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UEFA 네이션스리그와 비슷한 국가대항 리그전을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A매치데이 기간에 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대륙 또는 아프리카 팀들과만 경기를 벌여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환경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UEFA 네이션스리그가 시작된 뒤로 A매치데이 기간 유럽의 강팀과 평가전을 치를 수 없는 신세가 됐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코스타리카와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 등 유럽 외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고, 일본 또한 한국과 평가전 상대를 번갈아 가며 경기를 치르는 등 사정은 비슷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북중미와 남미마저 네이션스리그 체제에 돌입하게 돼, 아시아 팀들은 월드컵이나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럽ㆍ북중미ㆍ남미 강호들과 대결할 기회가 거의 없어진다.
이처럼 국제 축구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AFC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 또한 거대한 변화 물결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지난해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축구정상 회의(FIFA Executive Football Summit)에서 각 대륙에 네이션스리그 확장을 적극 홍보했으며, 당시 아시아와 아프리카 회원국 상당수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네이션스리그 도입이 확정된다면 오는 2023년 아시안컵 예선도 이 대회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AFC가 벌어들일 중계권료, 스폰서 수익 등이 전체 회원국들에 고루 배분되면서 지난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급성장한 동남아 국가들의 반사이익도 덩달아 높아져 축구저변의 상향평준화도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오세아니아 포함)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까지 네이션스리그를 도입할 경우, 향후 각 대륙별 상위 팀들을 모아 대회를 치르는 ‘글로벌 네이션스리그(가칭)’를 창설하겠다는 FIFA의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된다. 사실상 ‘새로운 월드컵’ 시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도입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일단 AFC가 목표로 설정한 네이션스리그 도입 예정 시기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 3차 예선(2021년) 및 본선(2022년) 시기와 겹치는 데다, 유럽과 달리 국가간 이동 거리도 커 대회 운영방식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유럽파 선수가 많은 한국, 일본의 경우 자국선수의 소속팀과 마찰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AFC 관계자는 “기본적인 시행 시기와 방향이 설정되면 각국 협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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