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전세계 필름 시장 점유율 줄곧 1위 유지
디지털 카메라도 코닥에서 개발
필름 사업 고수하다 문 닫아
후지필름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기업이 코닥이다. 코닥은 1888년 설립된 이후 100년 이상 필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전성기였던 1976년 코닥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필름 분야 90%, 카메라 분야 85%에 달했다. 그런 점에서 1934년 일본 최초의 영화용 필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후지필름은 코닥을 쫓아가기에 바빴다. 후지필름은 198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면서 겨우 코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전세계 필름 시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 넣은 디지털 카메라도 사실 코닥에게서 나왔다. 코닥은 1975년 필름 카메라를 대체할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고, 1979년엔 ‘2010년 시장은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된다’는 보고서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가격이 비싸 주로 잡지와 신문 업계 전문가들에 의해 사용됐다. 2000년까지도 필름 수익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당시 필름 업계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기업의 운명은 여기서 갈렸다. 2000년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필름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을 때 코닥은 여전히 필름 시장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후지필름이 구조조정과 업종 변경에 나선 반면, 코닥은 필름 인화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지 인쇄 사업에 진출하는 등 기존 수익원을 지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코닥이 줄곧 시장을 독점해왔던 게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닥이 전세계 필름 시장 점유율 1위이다 보니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계속 투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에는 없는 사진 인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즉석 인화용 소형 프린터를 출시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사진 인화는 필름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질 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필름 카메라 시장에선 ‘코닥 모멘트(Kodak Moment)’라는 말이 사용됐다.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코닥이 필요하다는 말로, 그만큼 코닥의 위세가 컸다는 걸 방증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닥이 되다(Being Kodaked)’는 말이 많이 쓰인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다 사라져 버린 기업이라는 의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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