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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희정 진술 계속 바꿔 신빙성 떨어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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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희정 진술 계속 바꿔 신빙성 떨어뜨려”

입력
2019.02.08 20:00
수정
2019.02.09 00: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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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 ‘로또 재판’ 아닌 이유… 1심 두달 뒤 ‘성인지 감수성’ 판례 나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의 1ㆍ2심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로 ‘성인지 감수성’이 지목된다. ‘감수성’이란 표현 때문인지 항소심 판결에 반감을 가진 이들 사이에선 성폭행 사건 재판은 이제 재판부 성향에 따라 결과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로또 재판’이냐 ‘궁예의 관심법 재판’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안 전 지사 판결을 그리 볼 게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2심이 1심을 완전히 뒤집는 데는 세가지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제1요인: 재판 판도 바꾼 성인지 감수성

먼저 지난해 10월 나온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다. 이 때 감수성이란 판사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향과 가해자와의 관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가해자 진술’도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피고인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돼 믿을 수 없을 때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재판의 대전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다. 성폭행 사건 피고인은 가해자다. 이 때문에 성폭행 사건은 수사, 재판 때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꼬치꼬치 따져 물었고, 허점이 있으면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성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 못지 않게 가해자, 곧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도 엄격히 따져보라고 한 것이다.

이 판례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나온 지 두 달 뒤 나왔다. 1심 판결에는 이 판례가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2심 판결문은 법리 설명과 함께 피해자 김지은 전 수행비서의 진술 못지 않게, 피고인이자 가해자인 안 전 지사의 진술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이와 달리 1심은 안 전 지사의 진술을 살펴보되 그 자체를 따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안희정 항소심 결과 뒤집은 세 가지.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안희정 항소심 결과 뒤집은 세 가지. 김경진기자

◇제2요인: 안희정 진술 번복이 신빙성 낮춰

그 덕에 확연하게 도드라지게 된 것이 안 전 지사의 진술 번복이었다. 피해자 김 전 비서의 폭로 직후 안 전 지사는 SNS에 “모두 제 잘못이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틀렸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불륜과 간음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이라며 진술을 뒤집었다. 2심 법정 진술 때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지만 당장 반박하는 것은 잘못이란 취지”라고 다시 바꿨다. 추행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 때는 김 전 비서와 “이미 연인”이라 했으나 2심에선 연인관계를 부정했다. 국내 호텔에서의 간음 혐의에 대해서도 투숙 및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꿔 스스로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제3요인: 비공개 재판으로 증인 진술에 변화

여기에다 2심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증인들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털어놓은 것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비공개 심리를 해달라는 검찰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재판 전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까지 포함, 5번의 재판 중 4번을 전부 또는 일부 비공개로 진행했다. 비공개 심리에서는 일부 증인들이 “1심은 공개재판이라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다”며 김 전 비서와 관련된 이야기의 취지와 뉘앙스를 훨씬 더 풍부하게 살려서 설명했다. 검찰이나 1심 때 간략하게 언급했던 내용을 훨씬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성폭행이나 뇌물 사건처럼 뚜렷한 물증 없이 당사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재판 결과가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안 전 지사 항소심도 한 쪽 진술이 흔들리면서 판결이 완전히 달라진 경우라 ‘로또 판결’이라거나 ‘관심법 판결’이란 말은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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