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엄수…유가족 눈물 속 이국종 추모사
“자신의 무거운 짐을 받아들인 아틀라스(Atlas)의 존재로 사람들은 버틸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틀라스를 모르지만 아틀라스는 무심히 버팁니다. 선생님은 아틀라스입니다.”
설 연휴 근무 중 집무실에서 숨진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0일 오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윤 센터장을 지구를 떠받치는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이 센터장은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사지로 뛰어들어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해 내는 선생님께 경외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9층 대강당에 마련된 영결식장에선 유가족과 동료 등 300여명이 윤 센터장을 추모했다. 고인의 헌신을 기리는 추모사가 이어지는 내내 강당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라는 간단해 보이는 명제 하나를 두고 당신이 한 고민의 크기와 깊이를 세상은 쫓아가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60년 된 건물, 4평 남짓 허름한 그 방 안에서 싸워 온 당신의 시간을 미처 잡아주지 못해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의료원 곳곳에 남긴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남은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겠다”고 전했다.
가까이서 윤 센터장과 함께한 가족과 동료들은 그를 ‘최고의 아버지’ ‘영원한 센터장’으로 부르며 그리워했다. 아들 윤형찬(23)씨는 “성장하며 함께한 시간은 적었지만 우리 세대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어린 아이처럼 모형 비행기를 만들고 함께 날렸던 날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아버지 평생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이 “센터장님, 그렇게 사진 찍는 걸 싫어하시더니 실검 1위까지 하셨다”며 “왠지 ‘난 이런 거 싫은데‘하며 툴툴거릴 말투가 제 귀에 들리는 것 같다”고 입을 열자 동료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모든 무게를 짊어지고 회의와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방문을 두드리면 항상 귀담아 이야기를 들어주셨다”고 울먹인 윤 실장은 “지난 달 업무 탓에 저희에게 관심 갖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윤한덕이란 좋은 분을 제 직장 상사, 동료로 둬 너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센터장”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영정과 함께 고인이 생전 근무한 병원을 한 바퀴 돈 뒤 경기 포천시의 장지로 향했다.
윤 센터장은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부임한 뒤 응급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권역외상센터ㆍ닥터헬기 도입, 국가 응급진료정보망 구축 등을 주도했다. 고인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6시쯤 병원 행정동 센터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국종 센터장은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도입에 힘쓴 윤 센터장을 위해 “닥터헬기 표면에 선생님 존함과 함께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다짐하며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싣고 비행할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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