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절차상 명백한 실수 있을땐
대법원장이 명령 내릴 권한 있어”
남용할 직권 없다는 논리에 반박
‘사법농단’ 재판의 본격화를 앞두고 검찰이 ‘재판사무 직무감독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의 반박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재판개입은 애초 대법원장의 직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을 부정하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논리를 검찰이 새로운 개념으로 돌파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소사실에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장은 소속 법관의 제반 업무처리에 대해 전반적인 직무감독권이 있으므로 법관의 재판사무 또한 직무감독권의 대상이 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법원조직법상의 규정에 등장하는 ‘사법행정사무’에 재판사무는 당연히 포함된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검찰은 나아가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는 법원조직법이 금지하고 있으나, 재판에 절차적인 명백한 실수나 잘못이 있을 경우 직무감독권 행사가 가능하고 대법원장은 이 같은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재판사무에 대한 대법원장의 직무감독권을 들고 나온 이유는 분명하다.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대전제로 볼 때 대법원장이라도 재판 개입을 할 수 있는 직권 자체가 없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직권남용죄를 입증하겠다는 포석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남용할 직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원조직법 내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고의로 생략한 전술일 뿐”이라며 “국내 최고 법률가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법리를 구성한 것 자체가 그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직권남용죄에 대한 방향을 정한다면 의외로 유무죄 판단도 빨리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공소장 별지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피고인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최대한 구체적이며 풍부하게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9개 영역으로 구분된 별지에는 헌법재판소 재판 동향과 관련된 문건 194개와 헌재 동향 보고 파일 131개를 포함, 연루 핵심 법관들의 수사 요지와 관련 진술 등 자료 95개와 31개의 디지털 자료가 첨부됐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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