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며 2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피해자 김지은 전 수행비서 측은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라며 민씨를 비판했다.
민씨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1심 당시 핵심 쟁점이었던 충남 보령시 상화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김씨 진술이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충남 보령의 콘도인 상화원에서 안 전 지사 부부가 묵었던 침실 내부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도 함께 올렸다. 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침실 출입문의 유리는 반투명 유리창이고, 침대 위를 보려면 출입문을 열고 쭉 들어와 ‘ㄷ’ 모양으로 두 번 꺾어야 하는 구조다. 민씨가 이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침실에 못 들어간 채 문 앞에 있다가 유리창 너머로 안 전 지사와 눈이 마주친 뒤 자신의 숙소로 갔다’는 김 전 비서의 진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민씨는 김 전 비서가 새벽 4시쯤 침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안 전 지사 부부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잠에서 깬 안 전 지사가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자 김 전 비서가 후다닥 나갔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 힘든 정황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반면 김 전 비서는 침실 안까지 들어가지 못한 채 방 앞 계단에서 깜빡 잠이 들었을 뿐이라 주장했다. 1심은 민씨 진술을 받아들였으나 2심은 민씨가 안 전 지사의 부인인데다, 김 전 비서의 폭로 이후 주변에 김 전 비서의 과거 행적을 캐물었다는 점 등을 들어 민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인으로써 안 전 지사에게 유리하게 증언했을 가능성이 있다 본 것이다.
민씨는 상화원 사건을 재거론하며 “안 전 지사를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거나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내가 일부 여성들에게조차 욕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전 비서 변호인단은 민씨 주장을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행위”라고 즉각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민씨 글이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확대 재생산돼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민씨 주장에도 불구하고 안 전 지사 사건 결과가 뒤집히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리를 따지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형사사건에서 하급심의 사실 인정을 뒤집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더구나 민씨 주장이 대법원에 받아들여진다 해도 사건의 전체 구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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