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병원이 승소할 수도”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이 “내국인 환자도 진료하겠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선 가운데, 복지부가 지난해 1월 내렸던 유권해석을 놓고 제주도와 복지부 간 미묘한 견해차가 노출되고 있다. 제주도는 복지부의 의료법 유권해석을 근거로 ‘조건부 허가’를 했다는 입장인데, 복지부는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허가권이 제주도에 있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18일 제주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녹지병원은 지난 14일 제주지방법원에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한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법(제309조)에는 외국의료기관의 진료 대상 등 특별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의료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의료법(제15조1항)은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주도의 '외국인 조건부 허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명관 제주도 건강위생과장은 “지난해 1월 복지부에 허가조건 이행을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더라도 의료법 위반(제15조제1항ㆍ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이미 받았다”며 ”관련 법률 문제에 대비하고 있어 소송 대응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녹지병원을 외국인만 대상으로 문을 여는 ‘조건부 허가’를 판단함에 있어 복지부의 유권해석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조건부 허가 자체에 대해 적법하느냐 아니냐를 따진 게 아니다”면서 “만약 제주도가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허가했을 경우, 그 후 혹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지는 않겠다는 유권해석일 뿐”이라고 밝혔다. 녹지병원 행정소송은 제주특별법상 조건부 허가 자체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유권해석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허가권은 제주지사에 있다는 복지부의 그간 대응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복지부는 향후 영리병원 추가 개설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리병원 허가를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상위법인 의료법에서 ‘진료거부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 결과는 녹지병원 측에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복지부가 논란의 핵심이 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권해석도 무리하게 내린 부분이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나서서 허가 철회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내달 4일까지 개원을 하지 않는다면 의료사업 허가 취소 청문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개원 허가가 취소되면 행정소송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녹지병원 측이 개원시한 연장을 제주도 측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녹지병원 측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병원 개원 포기에 따른 투자금 약 8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한동안 법정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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