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차량 출입 차단기를 미리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이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미리 사과했으면 이렇게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폭행을 해놓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주민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A(43)씨는 차단기를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주민 권모(43)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권씨는 멱살을 잡고 인중과 낭심 등을 세 차례 때렸다. 권씨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네가 하는 일이 문 여는 일 아니냐, XX야. 죽으려고 씨. 그런 소리 듣기 싫으면 그냥 이런 일을 하지마. XX야” 등 폭언을 10분간 쏟아냈다. 권씨는 나이가 같은 A씨에게 “젊은 놈”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권씨의 욕설이 녹음된 파일이 20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권씨의 행동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 경비원 A씨는 21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통해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 이틀 후 (권씨의) 모친께서 저를 따로 부르셔서 개인적인 사과는 했다. 저는 어머니께서는 잘못한 게 없으니 본인의 사과를 요구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주신다면 좋게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A씨에 따르면 권씨의 폭력적인 행동은 상습적이었다. 차량 출입구에 방문자, 입주자 두 개 차선이 있는데 방문 차량을 자신이 탄 차량보다 먼저 보내면 기본적으로 폭언이 쏟아진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경비원들은 욕설을 듣기 싫어 권씨가 탄 차량이 보이면 차단기부터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당일 A씨는 근무 교대를 하고 일지를 작성하다가 권씨가 탄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 권씨를 확인하고 차단기를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 5초였다. 아니나 다를까 권씨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경비실로 들어왔고 분위기가 험악한 것을 눈치 챈 다른 경비원이 재빨리 녹음을 한 것이다.
A씨는 “(사건 이후) 잠을 거의 못 자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도 권씨가 사과만 하면 법적 대응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생각을 했었지만 어머니께서 극구 말리셨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언론에 공개)되다 보면 재발이 방지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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