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매닝 등 美 전문가들 전망
미국 전문가들은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 획기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비핵화에서 북한이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종전선언 혹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이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비핵화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데에 두 정상이 이해를 같이하고 △실무협상 그룹 세분화 및 상설 가동 △올 연말쯤 추가 북미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져도 실패한 회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과 관련된 쪽에서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이후, 실무진의 후속 협상이 거의 전무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접촉에서도 회담 장소ㆍ일정 등을 제외한 주요 의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2차 협상에서 두 정상이 협상 팀을 세분화하고 월 단위로 만나게 한다는 데 합의한다면 그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수준의 ‘작은 합의’(스몰 딜ㆍSmall Deal)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종전선언 및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양보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전면 폐쇄 및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제제를 완화한다면, 북한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며 기존 핵무기 프로그램 및 핵 관련 시설의 실질적 해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교수도 “북미 협상에서 더 큰 압박을 받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라며 “미국이 성급하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평화조약 대신 제재 해제에 북한이 논의를 집중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차 회담에서 경제제재에서 얻어낼 것이 없어 보이며, 김 위원장은 매우 실망한 상태에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달래기 위해 미국은 연락사무소 혹은 미국인의 대북 여행금지 해제 등의 당근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정의에 합의하는 것 자체가 성과가 될 수 있으며, 2차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미국 입장에 가까운 비핵화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평화조약 체결 이후에도 주한 미군에 반대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핵물질 생산 중단, 영변시설 개방을 약속한다면 미국은 평화조약 체결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에너지와 인도적 분야에서 일부 경제제재 완화로 화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낮은 수준의 합의를 예상했다. 사이공 선언은 구체적 합의보다는 북한의 가능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논의하는 실무 협상단을 꾸리겠으며, 올 연말 3차 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합의했다는 무난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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