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서밋 의제 분석] <상> 비핵화
북 핵실험 중단은 ‘미래 핵’ 포기… 영변 폐기ㆍ불능화는 ‘현재 핵’ 포기
미국, 신고ㆍ사찰 등 검증 관철 총력… ‘로드맵 워킹그룹’ 합의 가능성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 열릴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다. ‘하노이 서밋’ 성패의 관건은 분명하다. 총론 격인 지난해 첫 합의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각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협상 단초인 북한의 비핵화 결단과 반대급부인 미국의 체제 보장 약속, 이를 발판 삼은 새 북미관계와 북한의 밝은 미래 등 카테고리별 의제를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27, 28일 이틀간 열릴 북미 ‘하노이 서밋’의 핵심 의제는 역시 비핵화다. 70년 가까운 적대 끝에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난 지난해에는 ‘새 북미관계 수립’을 공동성명 꼭대기에 올려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의 이행을 미루기 어려워진 지금은 비핵화(북한)와 보상(미국) 순으로 실천 행동이 배열되는 게 자연스럽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북한의 핵 물질 생산 시설이 몰려 있는 평북 영변 단지부터 일단 멈출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양측이 공감했으리라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더 이상 핵 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 신년사 약속이었다. 하지만 동결(가동 중단)은 ‘디폴트’(초기값)일 뿐이다. 이미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시설의 영구 폐기 가능성이 언급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건 ‘플러스 알파’(+α)가 어디까지일지다.
◇비핵화 3단계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지는 1년이 훌쩍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맨 먼저 자랑하는 치적이다. 핵 기폭 장치와 운반체(미사일) 시험을 멈췄다는 건 핵 역량 고도화, 즉 ‘미래 핵’을 북한이 사실상 포기했다는 뜻이다. 비핵화의 첫 단계다.
그 다음이 ‘현재 핵’ 포기 단계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미 조야에서 꾸준히 터져 나온 불만이 왜 북한이 핵 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느냐는 것이다. 영변 시설들에서 만들어지는 핵 물질부터 동결해 북한 핵 능력의 규모를 최대한 지금 수준에서 묶는 게 현재 미국의 급선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뿐 아니라 불능화와 폐기도 모두 현재 핵 포기 단계에 해당한다.
‘과거 핵’ 포기, 즉 북한이 보유 중인 핵 무기를 감축ㆍ폐기하는 건 북한 핵 능력을 축소하는 조치인 만큼 비핵화ㆍ보상 행동이 충분히 교환돼 북미 양측 간 신뢰가 쌓인 뒤에야 가능하리라는 게 다수 전문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3차 회담 가능성 시사가 향후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밖에 없는 감축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드맵 나올까
북핵 능력 동결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현실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라면 북한이 포기하게 할 ‘현재 핵’의 범위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협상 성패의 관건이 될 법하다. 실제 하노이에서 북한과 막판 의제 조율을 벌이고 있는 미 실무팀이 이에 매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정황도 있다. ‘모든 대량파괴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 핵심 의제라는 21일(현지시간) 미 고위 당국자 발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4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북 직전인 지난달 말 ‘영변 너머’라는 말로 가리키려 했던 ‘영변+α’ 요구는 미 국민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시설을 가리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동결에는 당연히 신고ㆍ사찰, 즉 검증이 동반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영변으로 핵 시설 신고 범위를 줄이고 물질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시료 채취 등을 거부하려 하겠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인센티브로 광범위하고 철저한 검증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당국이 북한과 합의해야 할 의제로 꼽은 비핵화 개념 및 로드맵 역시 동결 대상 범위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폐기해야 할 무기 범위에 생화학무기 등 WMD와 미사일을 포함해야 한다고 미국이 요구했을 공산이 크고, 동결 이후 포괄적 신고 대상에 들어가야 하냐 여부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 핵 신고 시기를 이번 합의문에 박을 수 있느냐도 논쟁거리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합의문 평가의 핵심 기준은 비핵화 단계별 시한이 못박히냐 아니냐”라며 “로드맵 구성을 위한 워킹그룹 구성이 이번에 합의될 수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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